"딸아이를 그렇게 잃었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겠습니까"
용산 초등생 성폭행·살해유기사건 희생자 허모(11)양의 아버지(39)와 어머니(38)는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낸 지 1년이 되는 22일 장례식이 치러졌던 서울 용산구 K 초등학교를 찾아 그간의 힘겨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허 양의 아버지는 "1년이 지났다고 해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떠올리기 싫고 피하고 싶지만 딸 아이를 잃었을 때 그 심정이 잊혀지질 않는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순진한 어린 아이에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는 아동 성범죄자를 절대 쉽게 용서해서는 안된다"라며 "처음 범행을 저질렀을 때 강력히 처벌하지 않으면 두 번째는 더 큰 범행을 저지르는데 법원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과하게 형량을 감해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허 양의 어머니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라며 "딸 아이의 죽음 뒤 각종 아동 성폭력 방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내 남편은 딸아이가 성폭력 피해로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렇게 모순된 사회에서 어느 부모가 자식의 성폭행 문제를 쉽게 거론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허씨 부부는 아동 성폭력범을 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해 자신이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교육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시켜야 하며 성폭력 피해가족 모두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을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민에게만 공개하는 것은 성인 남성이 직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점에 비춰 적당치 않고 아동 성범죄자가 최소한 학교주변 문구점 같은 곳에서 영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양의 어머니는 "최근 대법원이 어린이 12명을 성폭행한 범인에게 소아기호증 자체만으로 감형해줘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처럼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예전보다 강화됐으며 여자판사가 늘어나면서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년간 생활을 묻는 개인적인 질문에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으며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이 날 허양이 다녔던 K초등학교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제1회 행사를 가졌다.
작년 2월1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문동 신발가게 주인 김모(54)씨는 자신의 가게 앞 비디오대여점에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러 온 허양을 가게 안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아들(27)과 함께 사체를 불태워 유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