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각국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으는 등 한국 영화의 위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8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이번 영화제에 한국 영화는 본선 경쟁작 2편을 포함, 모두 7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경쟁 부문에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한-불 합작영화 '히야쯔가르' 등 두 편이 출품됐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가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고,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이 영포럼 부문 초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스케키'와 '천하장사 마돈나'는 청소년 영화제 격인 제너레이션 부문에 참가했다.
영화제 개막 다음날인 9일 열린 `싸이보그지만..'의 시사회에는 각국 기자들이 대거 몰려 들어 성황을 이뤘다.
공식 시사회 장소인 시네막스 7관은 상영 시간 훨씬 전에 자리가 꽉 차 주최측은 서둘러 시네막스 9관을 시사회 장소로 추가해 두 군데서 시사회가 열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사회가 끝난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는 15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각국 기자들은 박 감독 영화의 특이한 소재와 스토리 전개 방식, 그리고 폭력에 대한 묘사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처럼 `싸이보그지만..'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관심을 모은 데는 다소 높아진 박찬욱 감독의 명성도 한몫 한 듯하다.
세계 각국의 영화담당 기자들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일부 기자들은 이 영화가 이전의 영화보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 영화에도 박 감독 특유의 삶과 사랑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히야쯔가르'도 각국 기자들과 평론가, 그리고 독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몽골 사막과 초원의 경계지대에서 초원의 사막화를 막으려는 몽골인과 탈북 여인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독특한 카메라 작업과 절제된 대사로 높은 영화적 완성도를 달성했다고 베를린 영화제 리뷰가 평가했다.
독일 언론은 장률 감독에 대해 영화 '망종(芒種)'으로 최근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감독이라고 소개하고 몽골을 배경으로 한 그의 신작 영화 `히야쯔가르'도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해준, 이해영 감독이 만든 `천하장사 마돈나'도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소개됐다. 이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밝고 따뜻하게 묘사한 감독의 연출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언론은 한국 영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 영화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신문 디 차이트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영화들이 한국 사회의 전통과 규범의 족쇄에 저항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dpa 통신은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 함께 열리는 유럽필름마켓(EFM)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제영화시장에 거의 내놓을 것이 없었으나 한국은 지난해 110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베를린영화에서만 8편의 신작을 출품하는 저력을 갖추었다고 이 통신은 평가했다.
베를린 영화제를 참관한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과거에는 한국 영화가 개별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한국 영화'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