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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극장가자① : 1번가의 기적, 복면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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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국내외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됩니다. 이번 설연휴는 주말과 겹쳐 상대적으로 짧지만 또 각급학교 봄방학이 있어서 관객 수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코미디 영화들로 포진한 한국영화들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그냥 묻혀 지나가버리기엔 아까운 외국영화들도 많습니다.

1번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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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 콤비가 다시 만나 만들었습니다. [색즉시공]이 워낙 강도높고 노골적인 섹스코미디여서 [1번가..]도 대책없는 코미디겠거니 예측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뭇 다른 작품이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생각난 말은 ‘낮은데로 임하소서...’

고향에는 건설공무원이라고 거짓말하고 실제로는 철거전문 용역회사 하급 직원으로 일하는 삼류 양아치 필제가 하늘 아래 수돗물도 잘 안나오는 1번지 재개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투입되는데 동네 사람들은 도장도 잘 안찍어주고, 엉뚱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여자 권투 선수 명란에게 당하기도 합니다. 1번가에 작은 기적을 일으키며 점점 동화되어 가는데 용역회사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앞세우고 강제철거를 강행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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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는 임창정 특유의 생활 그 자체 같은 자연스런 코믹연기와 사투리를 쓰는 깜찍한 아이들의 귀엽고 능청맞은 연기로 물 흐르듯 깔깔대며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자판기 판매상 이훈과 달동네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처녀의 로맨스 라인도 영화를 푸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하나 둘씩 펼쳐지는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는 점점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로 옮아갑니다. 사회성 짙은 소재를 코미디로 포장하며 결국 따뜻한 사랑의 시선을 주제로 말하는데 코미디라는 포장 방식은 윤 감독의 내공과 성숙이 결합돼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지만 사회적 주제를 말할 때 또는 코미디와 사회성을 접목시키는 부분에서는 조금 서툴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아이들의 토마토 에피소드, 명란 아버지 이야기, 철거에 극한적인 방법으로 저항하는 주민 이야기는 물론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보다 정교한 결합이 아쉽습니다.

3개월간 8시간씩 체육관에서 단련한 하지원의 복싱연기는 남자연기자들도 해내기 어려운 경지를 보여줍니다. 촬영 현장에서 하지원이 반짝치기(작은 고무공을 리듬을 맞춰 두 주먹으로 번갈아 치는 것)를 능숙하게 해내는 걸 보고 쉬는 시간에 스탭들과 다른 배우들이 도전했지만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답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감독으로 쉽지 않은 변신을 한 뒤 [색즉시공]과 [두사부일체]같은 작품으로 웃음 뒤 감동을 안겨주는 한국적 코미디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가 [낭만자객]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많은 반성과 생각을 했던 윤제균 감독이 새로운 변신 내지는 변화의 첫 걸음의 성격이라면 다음 행보에 많은 관심이 갑니다.  

복면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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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혈전]이라는 쫄딱 망해버린 영화를 감독해서 두고두고 개그 소재로 놀림감이 되는 개그맨 이경규 씨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해 관심을 모은 작품입니다. 무대 인사때 ‘저 이번에도 안되면 큰일납니다.’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행이 무모하게 혼자 제작 감독한 것이 아니라 충무로의 관록있는 제작배급사와 공동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물 간 트로트 가수이자 기획사 대표(임채무)는 시골 나이트클럽에서 록가수를 꿈꾸는 봉달호(차태현)가 ‘뽕필’이 있다며 스카웃을 합니다. 가수로 데뷔시켜준다는 말에 솔깃해 무작정 상경했지만 정말 쪽팔린 ‘트로트’ 가수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공중파 데뷔 무대에 급기야는 복면을 쓰고 등장합니다. 얼결에 쓴 복면이 신비주의 컨셉으로 먹히면서 스타로 떠오르고 인기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쥡니다.

가수 경력이 있는 차태현과 제작진이 진짜 심혈을 기울여 골랐다는 주제곡 ‘이차선 다리’는 마치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처럼 중독성이 있을 정도로 귀에 착 감겨듭니다. 애드립인지 대사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차태현의 발군의 연기력에 의존하는 바가 많은데 영화의 이야기 구조와 전체적인 완성도가 노래 만큼만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음치이지만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에 가수를 지망하는 서연(이소연)의 사연이 불분명하고 달호와의 멜로 라인도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세련되지 못하고 좀 구린 조폭영화나 코미디 영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더 잘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복면달호]는 ‘서울과 지방 대도시 보다는 소도시에서 잘될 것 같다’는 농반진반 예측을 해봅니다.

[구타유발자들]에서 느끼한 성악교수로 나왔던 이병준 씨가 여기서는 크림소스 스파게티같이 한없이 느끼한 트로트 가수로 나옵니다.

(기대되는 외국영화들도 많아 스크롤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두 개로 쪼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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