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협상이 일단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쟁점은 양측 수석대표들이 맡고 나머지 현안은 분과회의를 통해 풀어가는 이른바 '투 트랙' 협상에서 '몸통'과 '깃털' 모두 개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이르다.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7차 협상에서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분야의 진전이 있더라도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한을 앞두고 양측이 강한 타결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농업 분야에서 입장차를 못 좁히면 한미 양국간 FTA 타결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 '투 트랙' 협상 일단 순항
나흘만에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7차 협상 일정상 양측 협상단은 핵심쟁점을 아예 분과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고 수석대표급 절충이나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장만 참여하는 '2+2'형식의 조율로 절충을 벌여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개선을 요구하는 무역구제와 미국측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동차 분야가 우선 대상으로, 협상 자체는 비교적 양호한 진행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장인 워싱턴 코트호텔에서 열린 FTA 협상단 환영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좋으며 양측이 모두 의지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협상자는 최종 단계가 가까워지면 말을 아끼는 게 좋다"며 "그런데 말 많은 내가 말을 잘 안하면 잘 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실무급인 분과회의에서도 일부 진전 사항이 포착되고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의 경우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측이 요구해온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허용하는 대신 산업은행을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분야에서는 부동산, 조세정책을 간접수용 대상에서 빼자는 우리측 요구에 미국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동안의 완강한 반대에서 한 발 후퇴한 모습이다.
또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일부 '잔가지'급 현안들중 전자상거래 분야의 전자인증과 국경간 정보이동에 관한 조항에 양측이 사실상 합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도 개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북미 관계가 6차회담의 사실상 타결로 해빙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 8차협상 기정사실화
그러나 핵심 쟁점의 '투 트랙' 협상이 순항하고 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7차협상에서 이들 쟁점이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양측 대표단도 해결 해야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쟁점정리가 더 필요함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전날 "이번 주에 협정의 최종발표를 예상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상당한 진전을 이루려 생각하지만 포괄적이고 균형잡인 협정을 위해 여러 수준에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해 8차협상을 이미 기정 사실화한 상태다.
우리측 역시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곳곳에서 쟁점의 '주고받기'를 위한 8차 협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번 협상은 최종 거래라기보다는 최종 거래를 위한 '주고받기' 목록표를 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내달 예상되는 8차 협상에서 쟁점을 더욱 좁힌 뒤 협상단 수석대표를 뛰어넘는 고위급에서 최종 마무리를 하게 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양국 대통령을 뜻하는) 최고위급의 직접 절충을 거론하기는 빠르다"며 "7, 8차 협상의 결과에 따라 먼저 장관급 절충을 벌인 뒤 최고위급 절충의 필요성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마지막 '깔딱고개' 농업, 여전히 불투명
농업분과장인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은 부분들은 민감한 것들이어서 서로 이야기 하기가 힘들다"고 협상 진행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많이 따진다"며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물 등을 입장차가 큰 품목으로 제시했다.
이번 7차 협상에서 농업 분야는 큰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 분야는 8차 협상을 넘어 막판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인 판단까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그야말로 최고위급인 대통령 수준에서 최종 마지노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과 맞물려 있는 섬유분야 역시 서로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섬유 분야의 경우 분과회의와 함께 김영학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 본부장과 퀴젠베리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이 별도로 고위급 협상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이번 7차 협상에서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등 1차 고개를 넘는데 성공하더라도 농업과 섬유분야의 절충점 모색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