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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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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여름이니까 얼핏... 고등학교 때로 기억이 됩니다.

국내 모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꽤나 불량한 자세로 수업시간 잠을 청하고 있던 저에게 친구 하나가 너바나의 앨범을 들어보라고 하더군요.'얼터너티브'라고 하는데... 록의 일종이며 장르는 아닌데 스피릿이고 어쩌구 저쩌구...

설명서를 보면서 복잡한 시뮬레이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라 귀찮았던 나머지 친구의 입을 반창고로 틀어막고... 일단 음악을 들었습니다.

lithum... 간단한 리프가 반복되지만 왠지 그리 간단치많은 않아보이는 기타톤의 퉁명스러움... 이어 반항 가득한 가래끓는 남자의 목소리... 강력한 디스토션과 함께 찢어지는 듯한 보컬의 괴성소리.

뒷목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동공이 열리는 기분... 순간 눈 앞에 별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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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표현일지는 몰라도... 이것이 저와 너바나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몇 달전 이 사람이 시애틀 자택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잡지기사를 보았습니다.

너바나의 팬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커트를 따라갔다는... 얘기도 들리고

첫 외국 밴드와의 만남이... 자살한 음악인이라니...

염세적이진 않았지만 그날부터 자살음악인에 대한 역추적에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자살이라기 보단 요절한 음악인...을 찾아서 이리저리 옛날잡지...를 뒤지기 시작했는데-당시만해도 인터넷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등 뭐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음악인의 음원은 정말 소중했죠.

그들의 남아있는 앨범 속 한곡 한곡이 명품이 되고 음악사가 됐습니다.

각설하고... 요절한 음악인은 신비스러움이 있습니다.

자살의 이유가 굉장히 역설적입니다... 이유도 죽은자들이 말이없으니 일종의 추정일 수 밖에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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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mind'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너바나... In Utero 앨범 역시 대박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었습니다.

커트는 자신의 음악이 대중적이지만 대중적이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유독 건즈 앤 로지스의 액슬로즈와 매우 사이가 안좋았죠...

(MTV 시상식 장에서 난장판을 벌이며 으르렁 댔을 정도니까...)

하지만 대중이 영합하고...자신의 음악도 대중에게 영향받는 기분이 들면서 커트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게 아닌데...하면서 "땅땅땅" 대중음악인의 대부분은 상업적 성공은 자신들의 노력의 댓가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그렇게 다가온 부를 굳이 외면하지 않습니다. 이건 대단히 상식적인 거죠.

하지만 커트의 비상식적인 행동에서 사람들은 또다른 변태같은 마력에 빠져듭니다.

역설이죠. 역설.

정다빈과 유니의 죽음을 되돌아보며 떠오르는 단상이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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