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난 아들이 자기의 뺨을 두 대 때린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지난 1월 30일 SBS 뉴스는 손찌검이나 체벌의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 그리고 부모자식간의 사소한 문제를 경찰에 호소한 행동이 옳은가 하는 논의들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사건은 어른이 권위와 존경을 잃은 탓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대가이며,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가 세대간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아들이 왜 아버지를 신고했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항상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신고한 것이라고 김 군이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아, 그랬구나..." 하는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어른이 권위와 존경을 잃은 데다 세대간의 갈등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었다는 설명도 너무 막연합니다. 뉴스는 이를 보도하기 전에 이것을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돌출적인 사건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돌출적인 사건일 경우 뉴스 가치는 그만큼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바로 세대간 갈등의 표출로 몰아갔습니다. 반면에 SBS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사건 관련 취재파일은 우리의 궁금증을 조금은 풀어줍니다.
취재파일은 뉴스가 전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하는 것과 같은 일은 보도되지 않았을 뿐, 흔히 일어난다는 경찰의 설명, 김 군이 그냥 평범하게 보이는 학생이었다는 것, 그리고 "화목한 가족을 갖고 싶었지만, 아빠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는 그의 진술입니다. 따귀 두 대가 사건의 발단이 아니라 김 군에게 쌓이고 쌓였던 한 같은 것이 있었다는 것이 취재파일의 결론이었습니다. 취재파일은 뉴스가 주장한 것과는 달리 부모가 자녀를 화나게 했을 때 자녀가 공권력에 호소하는 경우 이를 어른의 권위추락이나 세대간의 갈등이라고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줍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어떻게 행동해도 과거에는 아버지 역할에 대한 개념이 없어 가족들이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져 가는 추세라 김 군에게는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자라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올바른 역할을 요구받는 사회적 변화를 이 사건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월 하순부터 이어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행렬에 대해 SBS 뉴스는 '탈당 도미노', '분당급 탈당' 등의 용어를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정책이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으며,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 탈당하는 의원들의 탈당이유라고 정리했습니다. 뉴스는 이들은 탈당을 하면서도 "대 통합의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은 핵분열을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다시 더 큰 덩어리로 융합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에 잔류하는 통합신당파와 탈당파 사이에는 재결합을 막을만한 요소는 말할 것 없고, 차별화할만한 요소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탈당 러시는 여권의 '분열'이 아니라 '헤쳐 모여'를 앞두고 극적 효과를 노리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열린우리당이 깨어지느냐, 아니냐가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새로 통합되는 여권은 시민운동 세력을 포함하여 외연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 것인가,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당 사수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통합신당'의 주도권은 누가 쥘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관심사항이 됩니다. 그러나 뉴스는 여전히 누구누구가 탈당할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그 보다는 '통합신당'이 어떻게 태동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 것인가를 보도해야 합니다. 그것은 탈당했거나 하겠다는 주요 인사들의 재결합을 위한 움직임과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인 시민운동 세력의 움직임들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가능할 것입니다.
SBS 뉴스는 1월 30일과 31일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 등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법관 명단의 공개와 관련한 찬반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스는 너무 여기에 치중함으로써 정작 진실화해위원회가 공개한 판결내용에 대한 보도는 소홀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했다고 하여 몇 년 씩 징역을 살린 사례 등 긴급조치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유죄판결들이 그것입니다. 한편 31일 SBS 논평은 "국민 대다수의 찬성으로 만들어진 유신헌법하의 법률에 따라 재판한 판사들의 판결을 새삼 문제 삼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명단공개를 비판했습니다. 이것은 법관 명단의 공개가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법원조차 사법부의 과거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긴급조치 관련 재판 자체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뉴스는 우리 사회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언론이 엉뚱한 결론을 내리거나 발등이 가려운데 신발 위를 긁는 것처럼 겉돌게 되는 것은 이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함에도 반대로 가장 둔감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언론. 언론은 자신이 변화의 물꼬를 막고 있는가, 터주고 있는가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