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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과거사 정리' 빨라질까

인혁당 항소 포기·대선 변수…외국은 인적청산·입법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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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31일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의 실명이 포함된 분석 보고서를 공개키로 함에 따라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식에서 사법부의 '불행한 과거'를 고백하면서 "사법부가 행한 법의 선언에 오류가 없었는지, 외부 영향으로 정의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아야 한다"며 과거사 정리 의지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 취임 후 1972~1987년에 이뤄진 긴급조치, 반공법,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6천여 건을 수집해 지난해 3월께 분석을 마쳤다.

그동안 대법원은 과거사 정리 시점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공개하겠다"는 원칙만 밝혀왔으나 이번 긴급조치 판사의 명단 공개나 검찰의 인혁당 항소 포기 등 변수가 등장하면서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인혁당 항소 포기·대선 변수 =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 등의 재심이 상고심까지 올라오면 무죄 취지로 판결함으로써 판례를 만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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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항소 포기 방침을 밝히기 전에 "인혁당 사건은 법리적으로 검토할 게 많다. 상고심까지 올라오게 되면 조목조목 분석해 판결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런 방침은 재심 사건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혁당 사건을 통한 판례 변경이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30일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대법원은 판례 변경을 하려면 다른 재심 청구 사건이 무죄 취지로 상고심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정리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다른 사건의 재심 청구가 계속될 텐데 모든 사건이 종결된 뒤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다"고 말해 인혁당 항소 포기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현재 재심 계류 중인 사건은 알려진 것만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던 강희철씨 사건 3건이다.

1심 선고가 마무리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잇따라 쏟아질 재심 사건을 하급심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대법원이 마냥 나머지 3건의 재심 결과를 기다리기는 어렵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여러 차례 과거사 정리, 반성 의지를 밝힌 만큼 사법부가 적절한 시기를 택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부담이 되고 있다.

자칫 정치권에서 '코드 맞추기' 논란이 재연되면 과거사 정리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긴급조치 판결 판사의 실명 공개도 본래 취지와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외국의 사법부 과거사 청산 = 과거사 청산을 경험한 국가에서도 사법부가 청산 대상이 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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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통치를 경험한 독일은 나치가 세웠던 단심제 인민법원의 판결과 통일 이전 동독 지역의 부당한 판결을 무효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줬다.

특별법 제정은 특정 기간, 특정 법률에 의한 판결을 전면 무효화하는 법률적 구제로 우리 사법부 내에서도 계속 연구 대상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나치 부역자 처벌에 나섰던 프랑스는 정치인, 군인, 관료 등을 청산하면서 사법부에도 칼을 들이댔다.

프랑스는 1945년 '부역 심사'를 벌여 전체 사법부 직원의 17%인 403명의 부역 여부를 심사한 뒤 237명을 직위해제하고 97명의 치안 판사를 법무부 숙청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때 파리 항소 법원과 시(市)법원에서는 32명의 치안 판사가 부역죄로 기소됐고, 9명이 해임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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