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임 초기에 경호요원들 몰래 빠져나와 100차례 이상 스키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40년간 교황의 개인비서를 지낸 스타니슬로 드찌비스 추기경은 모국 폴란드에서 27일 발행된 '증언'을 통해 스포츠광이었던 교황은 재임 초기 유폐된 것과 같은 생활에 답답해 하다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수많은 '탈출'을 성공리에 감행했다고 전했다.
지난 78년 교황으로 선출돼 26년간 재임한 바오로 2세는 2년쯤 후인 81년 2월초 교황 휴양지인 로마 외곽 카스텔 간돌포에서 동료 신부의 차를 이용, 경호대인 스위스 근위대의 눈을 피해 첫 스키장행 탈출에 성공했다.
당시 자신의 차를 몬 조제프 코발치크 신부는 예상치 못한 사고나 고장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 속도제한을 철저히 지키는 등 매우 신경써 차를 몰았으며 옆 자리의 동료 신부는 신문을 쭉 펴 뒷 좌석의 교황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교황은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스키장에서 무사히 스키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가 해냈다"고 소리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기도 했다.
교황의 스키장으로 향한 탈출이 잦아지면서 한 번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10살 가량의 한 소년이 자기쪽으로 다가오는 한 스키어를 보고는 잠시 멈칫한 뒤 "교황, 교황이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그러나 옆에 있던 교황일행인 신부 하나가 재빨리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어서 친구들을 따라 내려가라"고 해 겨우 신분이 노출될 수 있는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물론 교황 일행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바로 스키장을 떠났다.
드찌비스 추기경은 스키 에피소드 이외에 "그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돈으로 거래하지 않았으며 바티칸으로부터 어떠한 '급료(salary)'도 결코 받지 않았다"며 교황의 검소한 생활을 적었다.
뜨찌비스의 '증언'은 지난 24일 이탈리아에서 발행된 '카롤(요한 바오로 2세의 본명)과 보낸 한 평생(A Life with Karol)'의 폴란드판이다.
(바르샤바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