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박찬욱 감독의 '밀월관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영화계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 감독과 '입도선매(立稻先賣)'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패키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영화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로, 시나리오나 작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의 명성만 믿고 향후 몇 건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다는 계약이다.
CJ는 박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회사인 모호필름과 이 같은 방식의 계약을 '친절한 금자씨'(2005)부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와 올 하반기쯤 개봉할 예정인 '박쥐'까지 일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명시적으로 계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박쥐' 이후로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CJ와 박 감독의 밀월관계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CJ와 박 감독의 밀월관계의 배경에는 CJ의 오너인 이미경 부회장의 박 감독에 대한 남다른 신뢰와 존경이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드보이'를 위시한 일련의 박 감독의 작품을 본 뒤 그의 예술관과 작품세계를 높이 평가해 박 감독과의 '패키지 계약'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가 투자ㆍ배급한 영화 중 '태풍' '중천' 등 제작비가 100억 원이 넘는 대작과 함께 유독 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친절한 금자씨'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제작투자 항목에 대표이사 대신 이 부회장의 이름이 올라간 것도 박 감독에 대한 이 부회장의 특별한 관심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CJ와 박 감독의 밀월관계의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박 감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록 지난해 말 개봉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흥행에 실패해 박 감독에 대한 CJ 최고 경영진의 신뢰에 약간 금이 가기는 했으나 이 부회장의 근본적인 신뢰는 변함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박 감독 측과 향후 몇 작품을 함께 작업하는 일종의 '패키지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그쪽(박 감독)의 입장도 있고 해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감독에 대한 신뢰만으로 체결하는 이 같은 방식의 계약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