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26일 도쿄 지하철 역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숨진 의인 고(故) 이수현씨의 추모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2001년 1월26일 JR 신오쿠보(新大 久保)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숨진 고인의 이야기를 담은 한·일 합작영화로 6주기 추모회에 맞춰 이날 오후 도쿄 일본소방회관에서 공개됐다.
일왕 부부가 민간 영화의 시사회에 함께 참석한 것은 처음으로, 아키히토 일왕 은 이씨가 숨진 이듬해께 고인의 부모를 왕궁으로 초청, 위로했으며 추후 시사회 참석을 요청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행사는 추모영화에서 고인의 역을 맡은 이태성씨와 아버지역의 정동환씨, 어머니역의 이경진씨 등 배우들의 무대인사와 일왕 부부의 입장, 시사회, 추모회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모리 요시로(森喜 朗)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일본 프로야구 안타왕 장훈씨 등 유명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객석은 초청받은 600여 명들로 가득 메워졌으며 필름이 돌아가는 내내 장내는 숙연했다.
도쿄 외교관계자들은 일왕이 한국 관련 민간 행사에 전격 참석한 것은 일왕실이 한·일 관계의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하면서 일왕의 행보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부 요인들이나 우파에 일정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5년 6월 사이판섬 방문시 한국 평화기념탑을 첫 참배한 바 있으며 여러 차례 일제 군국주의의 한반도 지배를 사과해왔다.
지난해 기자회견에서는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세계 속의 왕실의 역할"이라고 강조 하는 등 '평화주의자'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이다.
이날 행사 참석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외교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의 이날 시사회 참석은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지난 22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우정의 가교 콘서트 2007'에서 정명훈씨와 함께 연주하며 양국 우호를 호소한데 이어 열린 것이어서 더욱 의미기 깊다는 평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