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테러' 사건과 관련해 19일 '비상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법관의 신변 보호를 담보할 만한 수준의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법원장회의는 각급 법원장들이 판사회의 등을 통해 모아진 일선 법관들의 뜻을 각자 내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판사 테러'와 유사한 모방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물론 사법부 불신 해소책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판사들은 이해 당사자가 많은 사건을 맡을 때에는 가해 위협을 느끼는 만큼 경찰과 협조를 확대하거나 법원 내부 방호인력을 늘려 선고를 전후해 있을지도 모를 항의성 폭력행위나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법원 내부 치중…외부에선 무방비 = 판사 테러나 사건 당사자들의 법정 난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친일파 이완용의 증손자가 땅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기자 정신병력을 가진 민원인이 1997년 아무 관련도 없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장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호적정정을 신청했던 민원인이 2003년 법원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면도칼로 자해를 하며 법원장실에 난입했던 적도 있다.
또 2005년에는 서울 소재 법원에서 피고인 가족이 고소인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피고인인 남편이 증인선서를 하는 부인을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힌 사건도 잇따랐다.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민원인 편의 제공에 힘쓰던 대법원은 법정 난동이 이어지자 고육지책으로 검색대를 확대 설치하고 가스총을 소지한 법원경비관리대를 창설해 민원인들의 법정 내 소란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측의 물리적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에서 재판 상황을 화상으로 방청하다 증언을 할 수 있는 형사사건 피해자 보호실도 올해부터 설치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법정 난동을 차단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판사 테러와 같은 범죄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원 청사를 벗어나는 순간 테러로부터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출퇴근이 겁난다"…경호대책 요구 급증 = 일선 판사들은 '판사 테러' 사건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원 청사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안전도 담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직 대학교수인 김명호씨로부터 석궁 테러를 당한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일을 마친 뒤 귀가하다 자택 앞에서 테러를 당했다.
대법원의 한 법관은 "전용차량이 배정되는 차관급 부장판사도 흉기 테러를 당하는데 자가운전을 하거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선 판사들은 신변의 위협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때문에 재판업무와 관련해 신변에 위험이 예상될 때에는 경찰과 연계해 필요한 신변보호 조치를 강구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선 법원의 반응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과격한 1인 시위자가 있다고 해서, 재판이 민감한 사안이라고 해서, 법정에서 욕설을 들었다고 해서 무작정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외부 기관에 의존하기보다는 법원 내 방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경비관리대의 규모를 확대하고 법관 경호 업무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의 한 법관은 "신변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을 맡게 될 경우 재판 도중이나 선고를 전후해 항의성 폭력행위나 테러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출·퇴근 때 법원경비관리대원의 경호를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천명 남짓한 전국의 법원경비관리대를 내년까지 1천400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것이 대법원 계획이지만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한 법원경비관리대가 경호까지 담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적으로 2천여 명에 달하는 법관을 경호하기에는 경찰력의 한계도 있고 재판 후 수개월이 지난 뒤 테러가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권위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