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해돋이를 보고 희망과 꿈을 키웠으면 합니다"
2003년 달리는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고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6.인천 부평구 부개역 역무과장)씨가 11일 새벽 인천과 부천의 소외계층 청소년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해돋이 명소인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을 찾았다.
'2007 희망열차'로 이름 붙은 무박 2일의 이 기차여행은 인천과 부천지역의 보육원에서 지내는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까지 350여명이 김 씨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강원도 정동진과 태백 등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김 씨가 익명의 독지가 후원으로 기획한 것이다.
10일 밤 주안역을 출발, 밤새 기차를 달려 11일 오전 6시10분 정동진역에 도착한 김 씨와 동행 청소년들은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고 함성을 지르며 힘차게 한 해를 다짐했다.
김 씨는 "일반 아이들과 달리 방학이라고 해도 여행을 하기 쉽지 않은 보육원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어 행사를 마련했는데 날씨도 생각만큼 춥지 않고 일출도 너무 멋있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한 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돋이를 기다리며 백사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닥친 파도에 행여 신발이라도 젖어 발이 시리지 않을까 김 씨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이나 오빠처럼 불편한 몸으로 이러저리 다니며 아이들을 직접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밀어 닥친 파도에 신발과 바지가 젖어도 웃음을 잃지 않은 해맑은 모습이었다.
이날 해돋이는 붉은 기운이 감돌던 여명부터 동행한 어린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니 좀처럼 보기 드문 구름낀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솟아 오르는 장관을 연출, 날씨와 해돋이도 김씨 일행을 반겼다는 말이 참가자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정동진역 관계자는 "오늘 같은 일출 장면을 일년에 몇번 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힘찬 모습"이라며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철도원 김 씨처럼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열차에 동승한 송기주(7)군은 "밤새 달리는 기차여행도 좋았고 정동진 바닷가도 약간 춥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해돋이가 너무 멋있었다"며 "아저씨와 누나, 형들과 사진도 찍고 모래를 맘껏 뛰어다녀 기분이 너무 좋다"고 자랑했다.
향진원 신언희(49.여)사무국장은 "6년 전에도 김 씨가 졸업하는 아이들 50여 명과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사고 후에도 이렇게 같은 기회를 줘 너무나 고마움을 느낀다"며 "아이들은 이 여행을 앞두고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며 잠을 설칠 정도였는데 즐겁고 큰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마친 김 씨와 동행 청소년들은 1996년 침투하다 좌초한 북한 잠수함이 전시된 강릉통일공원을 돌아 본 뒤 태백으로 이동, 태백산에서 눈썰매을 타고 석탄박물관을 방문한 뒤 희망과 꿈을 가득 품은 아쉬운 여행을 마쳤다.
(강릉=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