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진행된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감독 하명중, 제작 하명중영화제작소)의 촬영현장 공개 행사.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다고 공지된 이날 행사는 오후 9시30분께 끝났다.
이 영화의 홍보를 대행하는 디어유 측은 행사 하루 전인 8일 갑작스럽게 촬영현장 공개 일정을 통보하더니 이날 밤 늦게 이메일을 통해 행사 시작 시간이 두 시간 늦춰졌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그나마 예정된 시간도 맞추지 못했다.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을 빌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오후 5시부터 언론에 공개됐다. 그러나 오후 6시부터 진행된다던 인터뷰는 2시간 40분 늦게 시작됐다. 변수가 많은 현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세 시간 가까이 늦춰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다리는 도중 다른 일정 때문에 일부 기자들이 자리를 뜨는 등 행사 진행은 원활하지 못했다.
디어유의 한 간부는 "영화사 측에 인터뷰 시간을 공지했고 양측이 합의했는데 제작팀이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행사가 늦어진 원인을 제작진에게 돌렸다. 급하게 준비하면서 원활한 합의가 안됐다는 증거다.
이 같은 미숙한 행사 진행은 비단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영화 현장공개 행사에서는 비일비재한 일. 끊임없이 잘못이 지적되고 항의가 제기돼왔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무리하게 행사를 잡아도 홍보에는 별 지장이 없고, 제작팀이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아도 기사는 나간다는 현실은 이 같은 일을 일상적으로 만든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영화사는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행사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현장공개 행사를 두 번이나 진행하는 영화도 생겨났다.
한 영화홍보사 직원은 "제작팀에 행사일정을 미리 통보하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막상 현장에 가면 영화촬영을 강행하는 등 협조하지 않아 진땀을 뺄 때도 많다"면서도 "그래도 언론 홍보는 되기 때문에 마케팅팀이 제작팀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행사를 강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영화사가 무리인 줄 알면서도 이 같은 행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언론 말고는 이렇다할 홍보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 현장공개 때는 막상 영화의 하이라이트 촬영장면이나 제작진의 생생한 숨소리와 땀방울을 보기도 어렵다.
그저 촬영지에 불러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제작발표회, 제작보고회 등의 행사도 장소가 호텔 등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감독, 주연배우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돼 별 차이가 없다.
A홍보사 관계자는 "현장공개·제작발표회·제작보고회 등 인터뷰 기사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인 홍보 이벤트 말고 새로운 홍보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사가 손님을 초대해 놓고 딴전을 피워도 기다려 주는 손님이 많다는 점도 문제. 이는 한국영화가 몸집이 커지고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여기에 언론매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
영화에 대한 언론의 중계방송식 보도가 "홍보 창구는 얼마든지 많다"라는 인식을 무의식 중에 영화사와 홍보사에 심어준 면도 없지 않다. 시사회 전에는 매체마다 비슷한 홍보성 기사를 양산하니 이를 보고 관객이 영화의 옥석을 가리기도 힘들어졌다.
영화담당 기자들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대목도 적지 않겠지만, 요즘에는 홍보 창구를 통하지 않고서는 영화 촬영현장를 찾거나 배우나 스태프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담당 기자의 고민을 덜어주고 관객에게도 보탬이 되는 홍보 이벤트를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