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생활에 지장을 준다. 새벽 화장실서 샤워 자제·세탁기 가동 금지·노래하지 말 것.'
신인 6인조 남성그룹 배틀(Battle)이 사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아랫집 주인이 보낸 '항의 편지' 내용이다. 자정이 넘어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탓에 예민한 이웃이 불평을 터뜨린 것. 건장한 청년들의 체중을 이겨낼 쿠션을 바닥에 깔고 새벽녘에 가급적 화장실 출입도 자제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눈치 없이 화장실에서 세븐의 노래를 열창하던 신기현은 멤버들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데뷔 싱글 '크래시(Crash)'를 발표한 배틀은 그룹 신화 소속사인 굿이엠지의 기대주다. 류(20)·리오(20)·신기현(20)·진태화(19)·크리스(18)는 2005년 4~11월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배틀 신화' 최종 당선자. 당시 7위로 아깝게 탈락해 굿이엠지 연습생으로 있던 휘찬(19)이 팀에서 탈퇴한 김장현의 자리를 메웠다.
숙소를 세 번 옮긴 이들의 트레이닝 과정 1년은 눈물겹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막내 크리스는 "매일 오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신화 형들 노래를 부르며 한강 둔치를 뛰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유학파로 중국어 실력을 갖춘 리오는 "한강에서 조깅 후 아침 식사를 하고 댄스 연습실에 갔다. 점심 식사 후 보컬 연습, 다음은 또 댄스 연습을 반복했다. 영어·일본어 등 언어 수업에다 일부 멤버들은 연기 지도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루 스케줄은 밤 11시에 끝났어요. 연습실 문이 11시에 닫히기 때문이었죠. 때론 건물 문이 열리는 다음날 오전 4시 반까지 그곳에서 연습했어요."(휘찬)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건 좋았어요. 하지만 남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해 좀 힘들었죠. 4~5월까지는 휴대폰도 없었어요."(진태화)
"두 달간 검정색(간장), 빨간색(고추장), 파란색(상추) 반찬에 밥을 먹은 적도 있어요. '헝그리 정신'을 기르기 위한 것이었죠(웃음). 류가 간장에 밥을 비벼먹는데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식용유가 없어 참기름에 계란을 부쳐먹기도 했어요."(신기현)
혈기왕성한 이들에게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스파르타식 트레이닝은 고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더 류가 때론 나태해지는 멤버들의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멤버들은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일부 멤버가 당번의 소임을 다하지 않을 때도 류가 묵묵히 해낼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고 듬직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의 결속은 더욱 단단해졌고 팬들까지 빠른 속도로 뭉치고 있다. 지난달 지상파 첫 무대인 SBS TV '생방송 인기가요' 출연 때 팬 500명이 참석, 즉석 팬미팅을 펼쳤고 다음 팬카페 '배틀 데스티니(Battle Destiny)' 가입자만 이미 1만5천 명을 돌파했다. 1일 생일을 맞은 진태화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엄청난 양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싱글 타이틀곡 '크래시'는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가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또 다른 수록곡 '이카루스(Icarus)'는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발라드곡. 각종 음악사이트에는 "'크래시'에서 '아이 워너~'로 시작되는 후렴구의 중독성이 강하다. 안무의 레벨이 꽤 높은데도 라이브를 썩 잘하더라(fpahs)" "'이카루스'는 감미롭고 화음이 듣기 좋은 곡이다. 보이밴드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함도 느껴졌다(alxls333)" 등 격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멤버들은 "첫 방송 때 류와 리오의 동선이 꼬여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며 "점차 무대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올해 많은 그룹들이 배출된다는데 열심히 해서 음악 역사에 남는 팀이 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