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한번 인조이(Enjoy) 해봅시다. 점프! 점프!"
앞줄부터 2·3층 관객까지 파도를 타듯 일제히 기립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20)는 재킷을 벗어 저만치 '휙' 던졌다.
두 팔을 들고 사석에서나 볼 법한 엉덩이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빼곡히 들어찬 객석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로커의 공연장처럼 폴짝폴짝 들썩였다.
클래식 관객 매너 수칙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임형주의 입과 배와 머리를 통해 터져나오는 소리는 클래식이 아닌, 드라마 '질투' '파리의 연인' '피아노' '보디가드' 주제곡 메들리다.
"임형주 짱~"이란 응원이 터져나왔다.
진기한 광경이다.
임형주가 27일 오후 8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 2006 임형주 송년음악회 화이트 드림'을 개최했다.
공연 2부 후반부, 드라마 주제곡을 메들리로 부르는 '스페셜 타임'의 분위기가 너무 고조됐는지 관객은 임형주가 네 번의 앙코르를 한 이후에야 발길을 돌렸다.
그는 마지막 앙코르에서 무반주로 '고향의 봄'을 선사했고 객석은 한 목소리로 합창하는 화합의 무대를 연출했다.
영화 '러브스토리' '러브 액츄얼리'의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이 겨울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꿈꾸십니까. 오늘 여러분에게도 한 편의 영화 같은 사랑의 콘서트가 펼쳐집니다'란 자막이 뜨며 공연은 시작됐다.
그의 무대는 "팝페라는 대중을 위한 클래식"이란 평소 소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자신이 '오페라와 팝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에서 코리안 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와 밴드를 좌우에 배치한, 그 가운데서 등장했다.
팝페라 테너답게 선곡 또한 시대를 파괴했고 장르를 무너뜨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모차르트의 '알렐루야'부터 최근 발표한 크리스마스 음반 수록곡 '하얀 이별'까지 250년을 건너 뛰었고, 오페라 아리아 '우나 퍼티바 라그리마(Una Furtiva Lagrima)'부터 나미의 노래 '슬픈 인연'까지 장르를 넘나들었다.
오페라 아리아, 성가곡으로는 대중의 귀에 친숙한 곡을 골라 일일이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또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 esterday)', 고현정의 CF 삽입곡으로 유명한 '쉬 워즈 뷰티풀(She was beautiful)' 등으로 자칫 지루해질 객석에 흥을 돋웠다.
선곡의 넓은 스펙트럼, 다양한 음역대를 소화하는 감미롭고 파워풀한 음색에 취해 있다가 문득 그가 20살이란 생각을 떠올리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날 무대 중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순간도 있었다.
임형주가 일본 인기 여가수 히라하라 아야카와 '주피터(Jupiter)'를 듀엣으로 부른 대목.
이들은 9월 일본 나고 야에서 열린 아이치엑스포 1주년 기념 '2006 프렌즈 오브 러브 디 어스(Friends of Love The Earth)'에서 듀엣한 인연으로 또 한번 입을 맞췄다.
고음역대에서 작은 체구의 두 사람이 주거니받거니 '아~아~아~' 화음을 넣는 순간, 객석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히라하라는 토리노 동계올림픽 주제가인 '지카이(맹세)'와 최근 발표한 싱글곡 '크리스마스 리스트'를 파워풀한 음색으로 선사했고 한국말로 인사해 환호를 받았다.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임형주는 "해외 평론가들이 '팝페라는 21세기 클래식'이라고 하듯 오늘 공연에서 클래식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대중음악의 현란함은 없지만 수백 년을 거쳐온 오페라의 우아함, 팝의 현대적인 느낌을 아우르는 노래를 부르는 데 큰 매력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 3월 그는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에서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내년엔 정규 음반보다 창작곡을 담은 디지털 싱글을 선보일 계획이다.
(성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