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화려한 명품들이 눈을 돌아가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그런 옷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55도 아닌 44 사이즈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비정한' 사실도 얘기한다.
물론 이 영화의 궁극적 주제는 '패션은 명품이 아니라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을 때 완성된다'는 것.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열광한 많은 여성 관객은 등장인물 같은 몸매와 패션을 갖추기를 소망하게 된다.
바로 거기서 스타의 패션 마케팅이 시작되는 것이다.
꼭 패션을 이야기한 영화를 보지 않아도 스타가 입고 나오면 그 옷은 곧 자신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스타들이 패션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의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데 그쳤던 스타들이 이제는 자신의 장기와 '끼', 이름을 내걸고 직접 패션사업을 하는 것.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 과거에 비해 유통 경로가 훨씬 다양하고 자유로워진 데다 자신의 패션을 노출할 창구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아진 덕분이다.
아무래도 스타가 경영하는 음식점보다는 스타가 제안하는 패션이 더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혜영, 황신혜 등 홈쇼핑 '대박' 행진
얼마 전 채리나·유리의 프로젝트그룹 걸프렌즈는 홈쇼핑에서 자신들이 디자인한 코트 등으로 단 두 시간 만에 10억 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에 앞서 탤런트 이혜영은 2004년 론칭한 '미싱 도로시'라는 브랜드로 2005년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 홈쇼핑에서 시간당 2억5천만~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혜영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황신혜의 이름을 내건 속옷 '황신혜의 엘리프리'는 최근 두 차례의 홈쇼핑 방송에서 각각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려 5개 홈쇼핑 겨울 시즌 란제리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홈쇼핑에서 란제리 평균 매출은 시간당 1억~2억 원 선이다.
여기에 가수 겸 탤런트 김준희도 '에바'라는 브랜드로 홈쇼핑에서 재킷, 투피스, 팬츠 등을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 백지영은 이달 초 신촌역 패션몰 밀리오레 3층에 '팜므파탈'이라는 매장을 오픈했고, 탤런트 변정수·최강희·최은주, 가수 김완선 등도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남자 스타들도 나섰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브랜드가 대부분 여성 스타들이 주도하는 여성 의류라면 이제는 남자 스타들을 앞세운 남성 브랜드도 공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무엇을 입어도 멋진, 독보적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동갑내기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는 최근 손잡고 의류회사 FAB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하며 직접 경영과 기획에 참여한다.
이들은 첫 사업으로 내년 2월 다반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한다.
다반은 일본 남성 정장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리론칭하는 것.
두 사람은 단순히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머무는 게 아니라 국내 감각에 맞게 디자인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FAB 측은 "시작은 다반으로 하지만 점차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정우성, 이정재 두 스타의 패션감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스타는 6년 전부터 패션사업 진출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앞서 가수 이현우와 구준엽은 자신이 디자인한 캐주얼 옷을 제일평화시장 등에 점포를 내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이 각광을 받기 전이라 지금과 같은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작가 겸 패션칼럼니스트 심우찬 씨는 "이제는 국내 남자 스타들도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패션사업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스타 브랜드 성공 비결은 '나도 저들처럼'
수년 전 일본 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임신 기자회견을 할 때 화제가 됐던 것은 정작 혼전 임신이 아니었다.
그날 그녀가 입었던 명품 미니스커트였다.
기자회견 직후 이 미니스커트는 매장에서 동이 났다.
스타와 패션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적인 예다.
스타 브랜드의 성공 비결은 바로 '나도 저들처럼'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에게 스타처럼 될 수 있다는 환상과 함께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들과 보조를 맞춘다는 기쁨을 안겨준다.
'스타 브랜드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은 여기서 나오는 것.
그러나 스타를 내세웠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타 브랜드라고 해도 스타가 단순히 이름만 내걸 뿐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는 십중팔구 오래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심우찬 씨는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스타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적극적인지에 따라 브랜드의 성패가 갈린다.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와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야 신뢰가 싹튼다. 단순히 이름만 내거는 경우는 금세 탄로가 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스타 패션 브랜드, 한류 이어갈 콘텐츠로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 제니퍼 로페즈 등 미국 스타들의 패션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다 건너 세계 어디를 가도 그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의 패션이 국경을 얼마나 쉽게 넘는지를 보여주는 예.
심우찬 씨는 스타 패션 브랜드가 한류를 이어갈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패션 콘텐츠로서도 스타의 패션 브랜드는 성공 가능성이 크다"면서 "스타들의 남다른 패션 감각을 하나의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 그야말로 언어의 장벽이 없는 콘텐츠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