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를 서성거리다 '해바라기'를 꺾어 들고 '궁'으로 들어가다.
허이재처럼 2006년 한해를 바쁘게, 하지만 행복하게 보낸 연기자가 또 있을까.
그는 영화 '비열한 거리' '해바라기'에 연이어 출연한데 이어 새해 1월부터는 MBC 드라마 '궁S'로 안방을 찾는다.
연기에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이던 윤은혜, 주지훈이 앞서 방영된 드라마 '궁' 한 편으로 크게 사랑받은 만큼 '궁S'의 주인공 역할은 수많은 연기자들이 노리던 자리.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말 그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 허이재는 '무서운 신인'일까, '운 좋은 신인'일까.
"무서운 신인이라고 답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운 좋은 신인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웃음). 지난 한해 동안 좋은 일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많이 생겼어요. 감히 제 인생 최고의 해였다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2006년 한 해 저를 대표하는 낱말은 '행운'이라고 말하곤 해요."
촬영이 있는 날이면 허이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미용실로 가 분장을 하고 늦어도 8시까지는 촬영장에 도착해야 한다.
종일 이어지는 촬영은 늦게는 새벽 1시에 끝나기도 한다.
2006년 대부분을 이렇게 보냈다.
'해바라기'를 찍느라 여름 내내 부산에 있었고 서울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궁S' 촬영에 다시 들어갔다.
허이재는 '궁S'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궁녀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양순의 역을 맡았다.
처한 환경은 불우하지만 소녀의 순수함을 간직한 '엉뚱 발랄 로맨틱 푼수 걸'.
초등학교 동창 이후(세븐)를 궁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로맨스를 꽃 피운다.
"어리버리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하지만 남을 배려하다 오히려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착한 성격이기도 하죠. 양순이의 엉뚱한 상상과 귀여운 모습에 웃음짓게 되실 거예요."
이번 드라마의 주요 역할을 맡은 4명 가운데 박신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신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초보들.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이후 역의 세븐, 2위 이준 역의 강두 모두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가수로서일 뿐이었다.
"세븐 씨나 강두 씨 모두 가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연기를 잘해요. 무엇보다 주요 역할을 맡은 4명의 호흡이 척척 맞맞는다는 게 가장 좋아요. 쉬는 시간에 4명이 자주 게임을 하는데 어찌나 열중을 하는지 감독님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궁'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만큼 처음에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궁S'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걸 알아요. 그 점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좋은 기회를 좋게 소화하자'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무엇보다 스스로 즐겨야만 훌륭한 연기가 나온다는 걸 늘 명심하고 있죠."
'비열한 거리' '해바라기'에 이어 '궁'에서까지 순수한 소녀 역을 내리 맡은 그에게 좀 더 강한 색깔을 내는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무슨 역을 맡느냐보다는 그 역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먼저예요. 드라마가 방송되는 새해면 한 살 더 먹을 테고 앞으로도 매년 그럴 텐데 그에 비례해 점점 더 성숙해지는 연기를 보여야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역에도 도전할 수 있을 테고요."
2006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행운'을 꼽은 허이재가 2007년 가장 가슴에 품고 싶은 말은 뭘까.
"당연히 '실력'이죠. 2006년엔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이뤄져 진짜 제 실력이 뭔지 잘 보여드리지 못 했어요. 새해에는 '허이재' 이름 세 글자를 시청자들 가슴에 '팍' 꽂고 싶어요. 운 좋은 신인이라는 수식어 대신 말예요."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