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과 17일 새벽 서울에 폭설이 내려 교통사고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좀처럼 규명이 쉽지 않은 '눈길 사고' 책임에 대해 법원이 어떤 잣대를 적용하는지 관심을 끈다.
판례를 보면 아무리 악천후였어도 중앙선 침범 등 중과실을 범한 가해 차량은 민·형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반면, 안전 조치 없이 눈길 사고를 수습하려다 또 다른 사고를 당한 피해자 또한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 다.
법원이 도로공사 측의 안전조치 미비 등으로 사고의 원인을 돌리려는 사고 차량 측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은 운전자의 안전운전이 최선이라는 점을 새삼 상기시켜 주고 있다.
◇"방만한 눈길 수습…많게는 40% 책임" = 적정한 조치 없이 눈길에 정차한 뒤 차량을 고치거나 사고 수습을 하려다 새로운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작년 8월 빙판길 운전 중 미끄러져 갓길에서 차량 뒷바퀴에 체인을 장착하려던 황모씨를 치어 숨지게 한 신모씨의 보험사가 황씨측 보험사에 "미리 황씨 유족에게 지급한 보상금 중 일부는 돌려달라"며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측에 3천여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차적 책임은 가해차량에 있으나 피해자측도 갓길 정차시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한 뒤 도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던 만큼 10%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비상등을 켜 놓고 눈길에서 있다가 사고를 당했어도 이를 예방하는 피해자의 사전 조치가 불충분했다면 40%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1994년 2월 김모씨는 눈길에서 옆 차량이 끼어들어 급제동했다가 차량이 180도 돌아가자 비상등을 켜고 노상에 차를 세워 뒀다.
택시기사 양모씨는 길 한복판에 정차한 채 차량 앞유리를 닦던 김씨를 치어 다치게 했고 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은 피해자측에 치료비 등 6천600여만원을 지급한 뒤 "김씨도 과실이 있다"며 보상금을 일부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3년 10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고를 낸 택시기사의 과실도 있지만 차량이 반대방향을 향하도록 정차해 두고 수신호를 하거나 고장표지를 설치 하지 않은 김씨측에게도 40%의 책임이 있다"며 김씨에게 2천6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중과실 가해자 형사처벌 = 눈길 사고 가해자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도주하는 등 중과실을 범했으면 피해자와 합의했어도 처벌을 면치 못한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조병구 판사는 올해 4월 운전 중 눈길에 미끄러져 차량이 중앙선을 넘으면서 마주 오던 차를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황모(여)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이 사고가 기후 요인 때문에 발생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인정하더라도 노면이 미끄러울 때 제동장치 조작에 주의를 다해야 하는 의무를 하지 못해 중앙선을 침범한 점 자체로도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법 논산지원도 2004년 4월 눈길 교통사고를 내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떠난 이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도로관리 책임인정 쉽지 않아 = 미끄러운 도로를 방치했다거나 표지판 등으로 사전에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은 도로공사 측의 과실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작년 6월 눈길에 미끄러져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윤모씨의 보험사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윤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일부를 부담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사측이 미끄러운 도로를 방치했다거나 미리 운전자들에게 도로 상황을 알릴 수 있었는데도 고지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