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신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169 ㎝의 큰 키 못지않게 까맣고 똘망똘망한 두 눈망울 역시 크다.
새하얀 얼굴은 조막 만하고 이목구비는 하나하나 또렷하다.
한마디로 눈에 번쩍 띄는 예쁜 소녀.
이름마저 범상치 않다.
고아라.
이 소녀의 성장이 무섭다.
SBS TV 드라마 '눈꽃'에서 고아라는 엄마 김희애에 대한 애증을 가슴 아프게 표현하고 있다.
감성과 표정 연기도 좋지만 대선배 김희애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무척 대견하다.
특히 마치 레이저를 쏘아대는 듯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눈빛 과 조숙함과 상실감을 담아낸 저음의 대사 톤이 인상적이다.
"아,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만나자마자 칭찬을 했더니 부끄러운 듯 감사의 인사가 답으로 오는데 그 어투가 희한(?)했다.
양볼이 불그스레한 소녀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습니다'체.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란다.
"은연 중에 그런 말투가 나오는데 촬영장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스태프가 무척 재미있어하세요(웃음)."
평균 시청률 7~8%를 기록하는 '눈꽃'은 시청률 40%대를 장악하는 MBC TV '주몽' 과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탓에 사실 이렇다할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누구 라도 '눈꽃'의 고아라를 일단 한번 보게되면 깊은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어린 소녀에게서는 특별한 기운이 퍼져나온다.
대스타가 될 것 같은 예감과 함께.
고아라는 이미 유명하다면 유명하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 도쿄에는 11월 고아라의 사진으로 꾸며진 특대형 간판이 30개소에 53개가 설치됐다.
다만 '눈꽃' 이 전에 출연한 드라마가 청소년 드라마 하나뿐이고, 일본에서 주목받는 것은 일본과 몽골 합작 영화 '푸른 늑대'에 출연한 때문이라 아직까지 국내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그는 2003년 11월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2TV '반올림'을 통해 연기자로 전격 데뷔한 후 '반올림2'까지 2년여 동안 10대 청소년 '옥림'으로 또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순정만화에서 빠져나온 듯한 외모에 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의 옥림을 연기하면서 아나운서를 꿈꾸던 평범한 소녀 고아라를 연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2003년 초 가수를 꿈꾸는 친구를 돕기 위해 백댄서로 지금의 소속사(SM엔터테 인먼트)가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엉뚱하게 제가 연기자로 발탁됐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연예계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아나운서를 꿈꾸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이었어요."
출발은 우연이었지만 연예계에 입문한 고아라는 물 만난 고기였다.
친구의 백댄 서로 나설 만큼 다분한 '끼'가 있었으니 성장은 빨랐다.
각종 CF 모델로 발탁된 데 이어 아시아 각국에서 모여든 4만여 명의 여배우들과 경쟁을 펼친 끝에 '푸른 늑대' 에 캐스팅됐다.
칭기즈칸의 일생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칭기즈칸의 두번째 부인인 용맹하고 총명한 '쿠'를 맡았다.
'눈꽃'에서는 옥림과는 전혀 다른 조숙하고 아픔이 많은 '다미'를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다미는 바쁜 엄마 때문에 늘 엄마의 뒷모습만 보고 많은 것을 참아온 아이예요.
엄마를 위해 전교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착한 딸이 헤어졌던 아빠의 전화 한통에 돌변한 거잖아요. 다미의 마음을 시청자 들이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반면 다미가 엄마 강애(김희애)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며 실제로는 저렇게 하면 안된다고도 느끼길 바라요. 제가 다미를 연기하지만 강애가 진짜 속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 실제로는 엄마랑 친구처럼 친하거든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또렷한 생김새처럼 말 역시 똑부러지게 하는 고아라.
그는 연예인이 된 지금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을까.
"촬영하느라 학교를 잘 못 나가고 있어요. 교복 입고 등하교하는 친구들을 보면 학교생활이 많이 그립고 부럽기도 해요. 친구들도 보고 싶고…. 그래서 교과서를 더 많이 보게 되요. 혼자서도 보고 어떤 때는 촬영장에서도 교과서를 꺼내 봐요. 제 나 이에 교과서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연기 를 하면 할수록 '저 캐릭터는 고아라 아니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꼭 듣고 싶다 는 욕심이 강해집니다."
빼어난 외모에 나날이 좋아지는 연기력, 그리고 숨길 수 없는 끼.
고아라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