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곡은 내 노래방 18번인데…. 정말 아는 노래만 계속 나오네."
"저 노래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엄청나게 좋아했지."
전주가 흐르고 노래 제목이 화면에 뜰 때마다 반가움에 겨운 이런 말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후렴구에서는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따라 불렀다. 모두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20년 전후 '그때'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였다.
2일 늦은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10대 위주의 최근 현란한 대중가요 문화에서 소외된 30~40대 남녀들이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옛 추억에 잠겼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초겨울 날씨였지만 가슴 한 구석은 옛 시절을 생각하며 훈훈해지는 분위기였다.
이지연, 다섯손가락, 원준희 등 1980년대 큰 인기를 모은 가수들이 오랜만에 한 무대에 모인 '추억의 동창회:프렌즈 '80 콘서트'가 '3040세대'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2일 두 차례 펼쳐졌다.
첫 번째 주자로 무대에 오른 가수는 조정현. 달콤하고 익숙한 멜로디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를 부르기 시작하자 조용했던 공연장에는 흥겨움이 퍼지기 시작했다.
조정현에 이어 그룹 들국화 출신 최성원이 푸른색 조명을 받으며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불렀다. 들국화의 노래로 빠른 템포의 '세계로 가는 기차'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팬들은 이 노래의 후렴구인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16년 만에 공연 무대에 선 원준희는 히트곡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을 열창했다. 그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무대에 섰다"면서 "큰 아이를 낳고 모든 꿈을 접고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은 계속 갖고 있었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회상'의 김성호, '찬바람이 불면'의 김지연, '한번만 더'의 박성신이 계속해서 바통을 이어받았고, 김혜림이 신나는 리듬의 '디디디'와 '이젠 떠나가 볼까'로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김혜림은 "예전에는 댄스라고 생각하고 춤을 췄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율동"이라고 좌중을 웃긴 후 "이런 무대가 마련돼 그런 '율동'도 다시 춰보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16년 만에 무대에 선 이지연이 이어 모습을 드러내자 공연은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시작했다. 무대 앞에 자리잡은 30여 명의 '이지연 팬 클럽'은 풍선과 야광봉을 흔들며 그 옛날 '여고생 가수' 이지연을 환영했다.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에서 다시 부른 '난 아직 사랑을 몰라'를 녹슬지 않은 목소리로 멋들어지게 소화한 그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날도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이 왔다"면서 "그 동안 어떻게 이 '끼'를 감추고 살았나 싶다"고 떨린 목소리로 감회를 드러냈다.
조덕배가 '꿈에'와 신곡 '없습니다' 등을 부른 후 1984년에 데뷔한 그룹 다섯손가락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임형순이 '새벽기차'로 포문을 열었고, 이두헌이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로 화답했다. 이어 '이별을 느낄 때' '이층에서 본 거리' '사랑할 순 없는지'가 계속됐고, 최근 그룹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한 '풍선'이 울려퍼지면서 콘서트는 10대들의 공연장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이어 참석한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친구여'를 부르며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30분 공연은 음향 장비 등의 문제로 당초 예정 시간보다 20여 분 늦게 시작했다. 또 무대 중앙 스크린의 가사 자막과 가수의 노래가 맞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3천500석 규모의 공연장이었지만 2층 등의 1천여 석이 빈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 콘서트는 3040세대에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과 노래를 실컷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박성신의 말처럼 "추억의 장소, 기억 속의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무대"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