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옆에 카메라 가방이 7개 놓여 있어요. 그 날 하는 일이나 복장에 따라서 카메라를 챙기죠."
개그맨 이병진(37)이 책을 냈다.
웃음이 주제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페이지마다 사진이 박혔다.
알음알음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났지만 본격적으로 사진을 대중 앞에 내놓기는 처음이다.
"책 낸다고 300장쯤 추려봤어요. 전시하거나 책 내려고 찍은 사진들이 아니라서 원본이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매일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찍었던 것들인 데 한장 한장 의미가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웃는 얼굴로 봐왔던 이병진이라 사진들이 어떨지 궁금하다.
무거운 카메라로 한 곳을 응시해 잡아낸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사진 옆에 직접 적어넣은 짧은 글귀들에서도 사람 냄새가 훅 끼친다.
"제게 사진은 일이고 사랑인 것 같아요. 처음엔 단순한 취미였는데 갈수록 저한테는 잘 맞는 작업인 것 같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제 스스로가 많이 바뀌었고 멀리보게 되면서 시력도 좋아지더라고요. 친구도 많이 생겼고요."
싸이월드에서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클럽 '찰나의 외면'을 운영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별 생각 없이 개인 사진 자료실로 쓰려고 클럽을 만들었는데 비공개 설정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3일 뒤에 보니 300명의 회원이 몰려들었고 곧 2만명 까지 불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사진 이야기를 하고 싶어 클럽을 승인제 가입으로 바꾸고 회원들을 뭉텅뭉텅 잘랐다.
우스개로 '미니홈피를 방문해보고 일상이 안정적인 사람' 만 남겼다지만 손끝이 구석구석 닿는 클럽을 만들고 싶었다.
"제가 600명 정도면 기억을 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2천500명 정도로 또 늘었지만요. 출사 일정을 잡고 클럽 메뉴 정리하고 하는 거, 다 제가 해요. 클럽 회원들끼리 결혼하면 사회도 봐주는데 얼마 전 1호 커플이 결혼했고 지금 두 커플이 대기 중 이에요. 회원들에게 전 이제 연예인이 아니죠. 이제 만날 만나요(웃음)."
대학 때 로모 카메라를 처음 잡았던 손이 부지런해진 것은 3년 전 여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다.
사진을 찍어주면서 실력도 늘고 애정도 커 나가 몇 달 내로 결혼과 전시회라는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쯤에 '코요태' 빽가와 같이 전시를 하려고 해요. 영국에 있는 사진작가랑 셋이 색깔이 다른 사진들을 전시하려고요. 쌍춘년이 내년 2월까지라니까 결혼도 그 안에 하려고요."
반짝반짝한 눈으로 사진집을 넘겨다보던 이병진에게 '찰나의 외면'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뭔가 근사해 보였는데 돌아온 것은 역시 공감 어린 웃음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찰나의 거장'이라고 부르잖아요. 브레송 좋아하는데 나는 왜 찰나에게 외면당할까 싶어서 그렇게 정했어요.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클럽 이름 보고 감동해서 가입했다는 사람도 꽤 된다니까요( 웃음)."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