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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담당 기자로서 월요일 오전을 은근히 나름대로 긴장감과 궁금증을 갖고 대합니다. 전 주 목요일에 개봉한 영화들의 개봉 첫 주말 스코어가 집계되기 때문이죠. 물론 스코어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속보 기사를 써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흥행작의 롱런 여부와 새 작품들이 관객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뚜껑을 열어보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오전에 제 이메일 함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  (토일 전국 269,050)
<거룩한 계보>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
<가을로> 박스오피스 1위! (252,295)
<마음이...>주말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개와 소년의 우정! (280,000)

영화 4편이 서로 자기가 1위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입니다! 가장 공신력있는 집계 정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구축해 놓은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입니다.(매주 금요일 8뉴스 금요터치에 개봉영화 순위 코너도 이 자료를 제공받아 기사를 쓴다.) 하지만 이 전산망이 서울은 극장 1곳을 뺀 98%지만 지방은 86%에 그치고 있습니다.

요즘 대세인 멀티플렉스는 전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만 아직 지방의 극장들은 이런 시스템이 없고 또 매출액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풍조도 있고 해서 완벽한 100%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각 영화들은 그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에서 전산망과 직원이 극장에 직접나가 집계하는 ‘입회’라는 방법을 통해 자체 집계해서 필요할 때 발표하고 언론들도 그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데 이런 경우엔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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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1위가 없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또 그 결과도 박빙의 승부로 나타났다는 것이 팩트인데 영화사 입장에서는 첫 주 1위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흥행경쟁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런 보도자료를 냈을 것으로 추측되고 이해됩니다. 하지만 제 머리 속에는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도대체 박스오피스의 진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개봉 첫 주 흥행성적만큼은 아니지만 그 전초전 성격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이 또 있습니다. 바로 사전예매율인데요. 맥스무비, 티켓링크, 인터파크, 씨즐 등 예매 사이트에서 실시간 집계로 예매율 순위를 홍페이지에 공시하는데 시간대별로 순위가 뒤바뀌기도 하고, 또 일부 영화들은 예매율 1위 자리를 위해 한 사이트에서 몇만 장씩 왕창 사재기를 해서 1위로 올려놓고 ‘00영화 예매율 당당히 1위!!’라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출판계에서 횡행한다는 베스트셀러 조작 행위와 유사한 거죠.

얼마 전 출판계에서 올해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책의 이중번역, 대리번역 소동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역시 열악한 출판업계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출판시장을 떠받치는 가장 큰 요소인 독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도덕적 치명상이 되며 복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뭐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옛날엔 10만 20만 뻥튀기하는 게 다반사였어. 요즘은 많이 나아진 거야’하는 반응으로 일관하다 보면 지금은 가끔씩 소수 관련업자들과 기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수백만, 수천만 명의 관객을 기만해 결국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인 관객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더 광범위해지고 다반사가 되기 전에 바로잡혔으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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