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면 분석기사, "체제보장 거부, 금융 압박"이 "핵실험"으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일반 정보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루는데 있어 가디언(The Guardian)이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신문들과 일정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살펴봤다. 그러나, 분석 기사와 사설로 들어가면 같은 사안을 놓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관점의 다양화라고 할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 전달해야 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달리 분석 기사나 사설은 객관적인 사실을 일정한 시각으로 꿰맞춰 하나의 가설을 만들거나 의견을 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가설이나 제안이 진실에 가까울수록 바람직한 언론으로 평가 받지만, 진실에 근접한 자료확보의 한계는 물론 해석과정에 선입견이 개입하는 등의 이유로 진실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소설이 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 신문에서 무수히 접하는 일상이요, 언론자유의 천국 영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기존의 탐구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적 관점의 신문이 신문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는 점도 한국이나 영국이나 마찬가지다.
4면 하단에 실린 분석기사 "'행복 폭탄'이 체제 전복의 꿈을 깨트리다 ('Happy bomb' kills ideas of regime change"라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사이몬 티스달(SimonTisdal) 기자가 쓴 해설기사다. 북한이 핵실험을 왜 실시했으며 핵실험이 북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후 국제정세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의 입장도 아니고, 북한의 입장도 아니다. 너무 차갑게 느껴지리 만큼 냉철하게 가치 중립적이다. 기사는 먼저 이번 북한 핵실험이 국제사회가 얼마나 취약한 대응능력을 가졌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는 다소 비관적인 진단에서부터 출발한다. 북한 핵실험에 각국이 비난과 제재를 외치고 있지만, 결론은 기존의 6자 회담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북한 핵실험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They couldn't stop it)"는 것이다. 더구나, "논의 중인 제재조치도 전에 시도했다 실패했던 것들로 큰 약발이 없을 것은 물론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Such measures have been tried before and have failed to modify Pyongyang's behavior. In fact they may have made it worse)"는 어둡고 냉소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들여다 본다.
왜 그럴까. 사이몬 티스달이 보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는 간단하다. 영국 차탐 하우스 아시아 프로그램(Chatham House's Asia programme)의 데이비드 월(David Wall)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명백하다- 미국의 보장이었고,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It's clear what they-US gurantees. They've made no secret of it)". 북한은 지난해 드러내 놓고 핵 포기 대가로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의 안전 보장을 원했지만,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거부도 모자라 마카오에서 북한이 불법적으로 펼치고 있던 경제활동과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북한은 이를 미국이 정권 붕괴를 시도하는 신호로 받아 들였고, 미국에 의해 같이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의 교훈을 간직하고 있는 북한이 이후 핵무기 개발이란 극단적인 수단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개인사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역시 돈줄 죄는 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다.
"이제 변화해야 할 대상은 미국 정책"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전개될 국제 정세에 대해 티스달은 어떤 전망을 내놓는가. 북한이 핵실험에 돌입한 이 시점 김정일은 그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잠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혼란이 지나면 결국 김정일과 북한 정권은 자신의 체제보장을 위해 핵실험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믿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결과지만, 티스달은 그렇게 바라본다. 많은 나라가 북한이 핵포기라는 변화를 시도해주길 바랐지만, 이제 과거지사가 되고 말았다. 남은 것은 북한이 던진 공을 받는 것. 티스달은 공을 받는 일이 '미국의 변화'라면서 다시 한 번 데이비드 월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이제 진정으로 필요해진 것은 협상을 향한 미국 접근법의 변화 (What was really required was a change in Washington's approach to negotiations)". 과거는 과거고, 북한이 일을 저지른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미국의 변화라는 말을 남기며, 티스달은 이제 자기 목소리로 결론을 낸다. "미국이 언젠가 군사력으로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늘 북한이 '행복 폭탄'을 터트린 순간 명을 다하고 말았다. (The residual idea that the US might one day impose regime change on North Korea by military force died a not unwelcome death when Pyongyang's 'happy bomb' exploded today)". 미국정책의 실패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문맥적으로 결국 북한의 체제 보장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밀어붙인 강경일변도의 압박정책이 핵실험을 막지 못한 주요 원인이란 시각이다. 아울러 이제라도 대화로 정책을 바꾸라는 제안을 담는다.
이와 함께 일본이나 중국 역시 겉으로 외치는 강경책과 달리 북한이 진정으로 붕괴되지 않을 만큼 강도를 조절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 짓는다. 아울러 진정 우려되는 2가지 대목을 언급한다. 먼저, 이라크 후세인의 예를 통해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국가나 독재자는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 준 점. 둘째, 후세인과 다른 운명이 되고자 핵무기를 개발했는데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을 경우 핵무기 개발이 확산될 것이란 염려. 결국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대목(that may spur further global nuclear weapons proliferation)"이라고 마지막 문장을 적는다. 북한 핵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이지만, 미국의 정책이 이런 악을 불러 왔고, 앞으로 더 큰 악 즉 핵무기 확산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기존과 다른 대화정책을 취하라는 논조가 보수신문과 대조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감정에 치우쳐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상대가 처한 현실과 입장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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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우선시 되는 시각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으로 바라본 기사가 필요한 이유다. 가디언의 사이몬 티스달이 작성한 기사는 북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서 독자들에게 좀더 폭넓은 해석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