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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써클'-느와르의 터보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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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가운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가운데 하나인 '폭력 써클'은 '여고괴담'을 통해 여학생들의 고민과 공포를 잘 다뤘던 박기형 감독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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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은 여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부조리하고 답답한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을 녹여낸 현실감 있는 공포를 보여줘 흥행에 성공했고 한국 공포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두운 복도 끝에서 귀신이 다가오는 점프 컷은 이후 여러 작품들이 모방할 정도였습니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남학생들의 세계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의 고민과 그 세계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폭력을 매개로 현실감있게 그려냅니다. 부산에서 만난 영화의 투자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영화는 저번(가문의 부활을 지칭함)처럼 욕 안먹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80년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는 1991년, 현역 대령인 아버지처럼 육사에 진학하는 목표가 분명한 상호(정경호)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게다가 싸움 실력도 수준급(이런!!!)입니다. 중국집에서 단무지를 안주삼아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지만 상호는 대신 콜라를 잔에 채워 마실 정도로 자기 관리에도 철저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 6명이 모여 공이나 차자는 취지로 중국집에서 모임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으고, 벽에 걸린 호랑이 그림을 보고 '타이거'로 모임 이름을 짓습니다. 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틈틈이 모여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부당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학교 선배를 날렵한 몸동작으로 제압하며 나름대로 의리와 우정을 쌓아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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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근처 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연행되는데 고급식당을 하는 어머니를 둔 친구와 대령인 아버지가 있는 상호는 먼저 풀려나고 평범하고 빽없는 친구 두 명만 정학을 당하면서 그들은 진출해서 살아가야 할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엿보기도 합니다. 정학 중에 재구(이태성)가 학생부 교사의 무지한 폭력에 머리가 깨지고 이에 격분해 교사와 맞장을 뜬 다른 친구는 결국 퇴학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근처 여고 짱인 수희(장희진)가 상호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이 사귀며 풋풋한 로맨스로 발전하려는 즈음 이들에게는 위기가 닥칩니다. 수희는 성인 조폭과 연결된 이웃학교의 불량서클 TNT파의 보스인 종석(연제욱)의 엑스-걸프렌드였기 때문입니다. TNT파의 비열한 보복에 재구는 억울한 최후를 맞이하고 남은 친구들은 자신들도 어쩔 수 없이 돌아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참 대책없이 사는 무서운 10대들이로구나' 하는 한탄을 하거나 '학원폭력이 횡횡한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네' 또는 '폭력의 상품화 연령대가 낮아졌구나'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겠다 예상이 됩니다. 영화는 그런 지적에 대한 방어용인지는 몰라도 첫 장면을 교도소에 수감된 상호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상호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4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회상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폭력써클'은 한국폭력영화 혹은 느와르 영화의 맥을 이으면서 감각적이고 강렬하고 스피디한 영상문법을 보여줍니다. 미소년같은 유약한 이미지였던 정경호의 연기변신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으로 무장하고 신인다운 패기와 함께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학창시절 '그래 저런 친구 하나 둘쯤은 꼭 있었어'하는 현실감있는 캐릭터들입니다. 특히 악역 종석을 맞은 연제욱의 연기는 간혹 신들린 듯한 광기마저 느껴지며 요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로 많이 거론되는 '타짜'의 김윤석 연기에 비길만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리틀 김윤석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싸움장면의 액션은 잘 짜여지고 예쁜 몸동작이 아니라 진짜 싸움판에서 벌어지는 듯한 몸동작을 보여줍니다. 속도감 있는 편집, 촬영, 흑백톤과 화사한 컬러를 넘나드는 색채,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이 어우러지며 공포영화로 출발했던 감독답게 판타지로서의 폭력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폭력이 초래하는 파국의 비극성을 공포스럽게 잘 표현합니다. 폭력의 미학과 현실의 비극성이라는 양면성을 놓고 균형을 잡기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고 또 미숙한 부분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합격선을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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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며 싫든 좋든 맞닥뜨리는 폭력과 우정의 문제, 쪽팔림과 두려움의 문제를 아우르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세거나 약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폭력에 노출됐던 학창시절을 보낸 남자 관객들이라면 등골이 서늘할 만큼 현실감을 느낍니다. 시사회 후 반응도 성별에 따라 취향에 따라 많이 엇갈리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을때 느꼈던 전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폭력성 때문에 18세 등급을 받은 영화이니 비위가 약한 분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하시고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조금 미진했다고 느낄 만한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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