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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민주주의창-신문의 보수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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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팔리는 신문, 안 팔리는 신문

지난 글에서 영국의 주요 전국 신문 10개의 판매 실태, 즉 대중지 '더 선(The Sun)' 3백20만부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을 비롯해 ABC 실사 자료에 따른 시장 점유상황을 들여다 봤다. 그렇다면 신문의 이념적 성향별로 판매부수를 살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다. 1위 '더 선'을 비롯해 2위는 데일리 메일(Daily Mail, 2백39만부), 3위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1백 66만부), 4위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 89만부), 5위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 83만부)가 모두 흔히 영국에서 구분하는 우익(right wing)지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더 선'과 '데일리 미러'의 경우 대중지로 사건, 사고와 연예소식이 주를 이룬다. 이어 6위 더 타임즈(The Times, 66만부), 7위 파이낸셜 타임즈(경제지, Financial Times, 42만부), 9위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 30만부)가 보수 성격이 강하다.

이와 달리 진보(left wing, 한국사회 좌우 개념과는 성격이 다름. 다른 유럽사회와 달리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정당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국에서 좌익은 진보세력 정도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지로 분류되는 신문은 판매 실적이 무척 저조하다. 10개 신문 가운데 8위 가디언(The Gurdain, 37만부), 10위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25만부) 정도다. 이렇게 보면 영국 신문시장을 보수신문이 장악하고 있다고 진단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일단 10개 전국지에서 숫적으로 8개가 보수지에 속하고, 명백한 진보언론에는 2개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보수지가 1위부터 7위까지를 독차지하고, 진보 성향의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는 8위와 10위다.

2) 무너지는 보수와 진보의 경계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국언론에서 보수나 진보의 구분이 점점 불분명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실정치 무대에서 정당이나 정치인 지지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선통적인 보수지이던 '더 선'이 보수당 대신 노동당의 블레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점은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정당 자체의 변화를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날 노동당은 집단주의적 성향, 즉 사회주의의 영향이 강한 정책에 집착했고, 보수당은 무조건 기업과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여건 조성만 강조했다. 그러다, 차츰 노동당은 오른쪽으로 보수당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고, 좀더 많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시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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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정당간 이념적 장벽이 많이 무너지게 됐다. 대외정책을 놓고는 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는 반면 보수당이 오히려 자주노선을 강조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이렇게 정당이 변하다 보니, 이념적 뿌리를 함께 하던 정당에 지지를 보내던 신문들도 변화가 불가피해 진 것이다. 정책이나 사안별로 지지와 비판을 가하는 성격이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런던 저널리즘 스쿨(London Journalism School)에서 언론학을 강의하는 언론인 출신 앤드류 나이트(Andrew Knight)는 "지난날 '더 선'은 보수당성향이었지만(used to be Tories) 바뀌었다"면서 "각 정당이 이념적으로 중간지대를 지향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언론도 좌우 개념이 좀더 모호해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3) 윤리강령, 정파성 배제

윤리강령은 신문의 정파성(政派性)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네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언론 고충 위원회(PCC, The Press Complaints Commission)가 2005년 7월에 새로 수정한 신문과 잡지 행동강령(Code of Practice)을 보면 1조. 정확성(Accuracy) 3절에 "언론은 정파성을 갖지 말아야 하며 논평이나 추측과 사실기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The Press, whilst free to be partisan, must distinguish clearly between comment, conjecture and fact.)"라고 규정한다. 정치적으로 특정한 세력과 파당적 관계를 형성하면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논평과 사실기사를 분명히 하라고 주문한다. 당연한 요구요 윤리강령이다.

영국에서도 분명 언론인의 중립과 파당적 언론활동을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신문 기사 분석에서 살펴봤듯이 현실은 이와 약간 다르다. 교묘하게 이 범주를 벗어나게 기사를 다룬다. 따라서, 신문별로 보수성과 진보성이 확연히 구분된다. 보수적 신문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나 비판을 행사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진보적 신문은 사실,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정도지만... 정파성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신문보다 자유롭다. 그 대신 정책 사안별로 좀더 완고한 철학, 이상적인 가치기준을 들이대며 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윤리강령과 실질적으로 조금 거리가 있는 보수신문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적인 언론은 정파성 대신 사안별로 가치관이나 이념으로 승부하는 일종의 정도를 걷는데... 왜 숫자도 적고, 안 팔리는 것일까. 거꾸로 안 팔리니까 숫자도 적지만... 영국만이 아니다. 자유언론의 또 다른 천국 프랑스에서도 세계적인 정론지로 인정받는 르 몽드(Le Monde). 진보적 성향으로 철저하게 정파성을 배제하고 정책과 이념으로 승부하는 르몽드 역시 40만부가 채 안 된다. 2백만부를 넘는 대중지나 다른 정론지보다 발행부수가 적다. 개혁지향의 진보언론은 배고픔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발행부수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 신문시장이 왜 보수화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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