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겁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영화인들은 언어 콤플렉스가 많은데 외국어 잘 못해도 프로듀서로 국제 사회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일만 잘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할리우드 여성 영화제작자 이인아(39) 씨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아시안필름마켓 세미나의 사회를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방문 목적은 아시안필름마켓이 내년부터 창설하는 국제 영화 프로듀서 네트워크인 '프로듀서 클럽' 발족을 준비하기 위한 것.
독일 출생인 이씨는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와 일하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랜드 오브 플랜티' '돈 컴 노킹' 등의 영화를 제작했고, 현재는 재미교포 감독 그레이스 리와 리리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해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바람난 가족'의 프랑스 버전으로 알려진 임상수 감독의 차기작 '어 굿 우먼 인 파리(A Good Woman In Paris)'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고 있다.
이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리리필름은 현재 싸이더스HQ의 모회사인 IHQ가 투자한 영화 '아메리칸 좀비'도 제작 중이다.
이씨가 준비 중인 프로듀서 클럽은 세계 각지의 프로듀서들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교류와 공동제작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주고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소규모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워요. 국제 프로듀서들이 모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는 거죠. 가령 제가 일본에 가서 촬영을 하거나 일본에서 제작비를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쪽에 밝은 국제 프로듀서를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잖아요. 프로듀서 클럽 멤버들끼리 서로서로 아는 제작자나 영화사 등을 소개해주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는 "독립제작자로 일하면 힘들 때가 많다"면서 "미국, 독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만 활동 중인 프로듀서들을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온 세계로 연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기간 독일에서 열린 유러피언필름마켓(European Film Market.EFM)에서 박광수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을 만나면서 이 일에 동참하게 됐다.
"EFM에서 일할 때 필름마켓을 방문한 박 위원장님을 만났어요. 프로듀서 클럽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니까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한번 추진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현재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크리트 선샤인'을 준비 중인 이한나 프로듀서와 홍콩 포커스 필름의 프로듀서 로나 티(Lorna Tee) 등과 프로듀서 클럽 발족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는 프로듀서 정규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아시아 프로듀서들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프로듀서 클럽이 발족하면 워크숍 등을 통해 프로듀서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인이라는 자각 때문.
이런 생각은 이방인으로 살았던 성장과정에서 기인한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 동양인으로는 제가 유일했어요. 외국인으로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2년 뒤에 동양인이 한 명 입학했어요. 바로 제 동생이었습니다."
그는 "동네에 동양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나가면 백인들이 두 번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싫었다"면서 "독일에서는 외국인이고, 한국에 와도 이방인 취급을 받지만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번 독일 월드컵 때 'Be The Reds'라고 쓰인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대표팀을 응원했다는 이씨는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놓여 있는 영화의 벽을 프로듀서 클럽을 통해 깨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