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언론의 논조
여기서 결론삼아 다시 한 번 신문별 논조의 차이점을 구별해 보자. 흔히 우익(right wing)이라 불리는 보수언론과 좌익(left wing)이라 불리는 진보언론의 차이점. 보수 신문의 기수격인 대중지 '더 선'은 일단 집권당인 노동당 총리 블레어라는 현실 정치인에 대해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고, 야당인 보수당 당수 카메론에 기사에서 "일방적인 비판"이 주를 이룬다. 보수 정론지 '더 타임즈'는 기사를 통해 비교적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카메론과 블레어를 들여다 본다. 그러나, 사설이나 해설을 통해서는 이념적 편향성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오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특히 해설을 통해 보수당 카메론을 비판하면서 그에게 보수당의 본령(本領)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한다. 카메론이 보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판적 주문을 넣는다. 또 다른 보수 정론지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기사와 해설(사설)을 구분하는 접근법 없이 노골적인 오호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노동당의 블레어를 비난하고, 보수당의 카메론을 칭찬한다. 같은 보수 정론지 '더 타임즈'가 카메론에 비판적 주문을 내는 것과 달리 카메론을 일방 찬양한다. 보수적인 신문의 논조를 대변할 정치적 파트너로 미우나 고우나 보수당을 변함없이 지지하는 자세다.
영국 진보언론 인디펜던트의 논조
'인디펜던트'는 좀 다르다. 인디펜던트의 기사나 해설, 칼럼에서는 감정(感情)적인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원색적인 찬사나 비난 용어, 노골적인 동조나 일방적으로 비판 등의 논조는 발견되지 않는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냉철한 사안별 자료(資料) 위주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념적으로 인권, 평화, 평등, 민주주의 같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보편적인 가치와 이상에 주안점을 두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궈 내는 현실적 성취나 힘의 숭상 등에는 방점을 찍지 않는다. 좋게 표현하면 굴하지 않는 숭고한 사명(使命)이요, 험하게 표현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공론(空論)으로 비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가치관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특정 계급이나, 계층, 정당, 정치인에 감정 섞인 지지나 비판을 보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정파적 선입견을 최대한 벗어나 본질만 전달한다는 의미다. 바로 이점이 인디펜던트가 다른 보수 언론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쉽게 보수당 카메론과 노동당 블레어의 연설을 예로 들어보자. 보수당이나 노동당, 블레어나 카메론에 대한 지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 정당이 제기한 정책이나 연설 내용 자체에 초점을 맞춰 모순되는 내용이나 빠뜨리고 지나간 현안 등을 지적하지만, 자신의 시각을 담은 주장 자체는 조심스럽게 제한된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파적 편견이 적고, 냉철한 논조를 유지하게 된다. 많지 않은 기사 분량, 냉정함을 유지하는 건조한 문체와 서술, 그리고 일정 부분 다소 냉소적인 시각의 논조와 제목 달기.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인디펜던트만 그렇고 다른 신문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아니라, 모두 이런 특징을 갖지만, 다른 신문들에 비해 인디펜던트에서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인디펜던트 발행부수
언론학 교과서 흔히 이상적인 언론관으로 묘사되는 특징을 보이는 신문은 진보언론 인디펜던트 쪽이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정론(正論)에 가장 근접한 언론이라 평가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책임있는 공적 언론(公的 言論)이란 표현을 듣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나 윤리라고 결론지어도 무방하겠다.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언론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언론(신문)이 정파적 편견을 갖는데 극히 부정적인 한국사회 언론 현실에서 언론이 가야할 덕목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런 언론상황을 얼마나 이해해 줄까. 모든 것은 발행부수로 답해준다.
흔히 영국에서는 10개의 신문을 유력한 전국지로 분류한다. 9개의 조간과 1개의 석간이다. 9개의 조간 가운데 '더 선(The Sun)'은 대중지(Tabloid)요, 나머지 신문은 정론지(Quality Paper)라고 흔히 분류한다. 영국 국민은 6천만이다. 우리의 4천7백만 보다 25% 가량 많은 인구다.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기록하는 신문은 '더 선'이다. 2006년 6월 기준(이하 같은 시기)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 자료에 따르면 3백20만 부가 팔린다. 2위는 데일리 메일(Daily Mail) 2백39만에 이른다. 3위는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1백 66만 부다. 4위부터는 발행부수가 뚝 떨어진다. 4위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 89만 부, 5위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 83만 부, 6위 더 타임즈(The Times) 66만 부, 7위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42만 부, 8위 가디언(The Gurdain) 37만 부, 9위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 30만 부, 끝으로 10위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25만 부다.
언론의 정도를 걷는다고 살펴본 인디펜던트는 10개 주요 신문 가운데 25만 부로 꼴찌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