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선 결과 해석
최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승리를 놓고 국내 언론이 제논에 물대기(我田引水)식의 자의적(恣意的)인 해석으로 한바탕 논란이 있었는데...
지적이지 더구나 현실적이지 못한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분류해도 크게 나무랄 일이 못 된다.
영국의 예를 놓고 볼 때 우파(右派)와 좌파(左派)를 갈라 놓고 좌파는 이런 정책, 우파는 저런 정책을 갖는다고 함부로 규정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적 맥락에서 특정 정당이 탄생 발전하며 갖게 된 기본적인 이념적 특성을 살펴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늘날 구체적인 현실 정책으로 나타날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유럽정당의 좌우(左右)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한국서 선입견을 갖고 쉽게 재단(裁斷)하는 것과 같은 그런 의미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좌우 개념 해석의 오류
쉽게 영국의 노동당(Labour)은 당헌 4조(Clause 4 of the Labour Party constitution)에 "노동당은 민주사회주의 정당(The Labour Party is a democratic socialist party)"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당은 사회주의(社會主義) 정당인가.
또, 민주사회주의(民主社會主義)는 무엇인가.
블레어가 국회의원이 돼 첫 연설을 하면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표현했을 때 그 사회주의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블레어가 당수가 된 뒤 얘기한 새 노동당(New Labour)의 제 3의 길(Third Way)란 또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는가.
우리식 개념의 사회주의 개념을 유럽이나 영국의 정당이나 정치이념에 함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
유럽, 영국의 정당을 고정적인 이념으로 해석하는 일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정치에 접목하기 어렵다.
흔히 좌파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영국 노동당은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증세를 통해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실현하고,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3등의 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또,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각종 노동정책을 실현하고, 나아가 노동조합에 기초한 지지층을 가져야 하며, 대외적으로 제국주의적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반대로 영국 보수당이라고 하면 모든 산업을 민영화 하고, 감세를 통해 기업인들이 마음놓고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고 그래서 경제를 활성화 하도록 해야 한다.
그만큼 노동자 보다는 기업가에게 유리한 정책을 취하고, 사회복지보다는 근로소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는 그런 사회 시스템을 추구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강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를 추구해야 이론적으로 부합해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인 방향은 비슷하다 해도 꼭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정책을 보자.
보수당, 새로운 지향... 시민동참과 조세정책
스웨덴 총선에서나 미국에서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특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해주는 정책은 무엇일까.
정당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국가운영 목표가 무엇이고, 그 실현방법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조세(租稅)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기득권층이나 소득이 많은 계층, 기업가들은 늘 세금이 많다고 생각한다.
세금 무서워서 다른 나라로 이민 가든지, 아니면 재산이라도 옮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기업은 세금 많아 못하겠으니, 세금은 물론 정부의 간섭을 줄여 경제를 자유방임적 시장원리에 맡겨 달라고 주문한다.
전통적인 개념으로 보수적인 정책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감세(減稅) 정책이다.
부시로 대변되는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징이자 미국식 경제를 지고지선의 신조로 받드는 일부 보수 집단과 언론의 공통된 특징은 감세정책이다.
미국 공화당에 비견되는 영국의 보수당은 사정이 어떠한가.
2006년 본머스(Bournemouth)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보수당내 강경파들은 지도부에 노동당에 맞설 카드로 '감세 정책"을 내세우라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감세는 없다"고 귀결됐다.
카메론 당수의 생각을 대변하는 보수당 예비내각(Shadow Cabinet)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George Osborne)은 "대중들은 감세 에 앞서 경제의 안정이나 은행 융자 이자율이 어떻게 변할 지에 관심을 갖는다"면서 "2009년 총선의 쟁점으로 감세안을 들고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보수당이 감세정책을 선호하고 또 국민들이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낸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공공 재정이 매우 빈약한 상태에서(the poor state of public finances)에서 감세는 취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강경 우파 의원들을 설득한다.
실패한 복지정책 운운... 상황 호도
이것이 현재 영국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현실이다.
보수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영국에서 "좌파 시대 종말, 우파 집권" 뭐 이런 식으로 마치 스웨덴 총선에서 일부 국내 신문들이 보였던 태도 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무책임하다.
정책에서 이미 그런 구분은 무의미 해졌다.
보수당이 집권한다 해도 무조건 기업 규제 풀면서 감세를 통해 실패한(비효율적인) 복지제도를 뜯어 고친다는 식의 접근은 현실화 되기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일부 신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민 복지보다 더 중요한 개념을 찾기 어렵다.
국민에게 안락한 삶과 행복을 제공하는 임무 외에 국가의 지상과제가 무엇이 더 있을 수 있을까.
감세 주장에 대한 영국 보수당의 단호한 반대 입장은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없음을 잘 말해준다.
국민복지라는 대목에서 과도한 재정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일부 변형이 가능할지 몰라도 마치 복지를 전체적으로 손보는 것처럼, 또 복지를 우선시하는 이념이 실패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일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영국 보수당의 정책에서 보듯이 이미 서유럽 사회는 좌파나 우파에 관계없이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넘을 수 없는 국민 복지의 기본 선이 있다.
아직 그 수준에 한참이나 이르지 못한 우리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면 곤란하다.
영국에서 정당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이념적 토양과 정체성을 갖고 있되, 현실정책은 이와 다르다는 것, 심지어 평소 이념적 지향점과 뒤바뀌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치 인간사에서도 기본 가치관은 있되, 현실 실생활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 행동하는 것처럼.
기본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