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극장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아침)에는 이름 모를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연극 배우들도 아니다. 이들은 누굴까.
제작진이 '영월에서 찍은 첫번째 영화'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라디오 스타'에는 일단 현지 주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극중 주요 무대인 다방에서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마담은 실제 현지 다방 마담이다. 그 외에도 시장 장면, 라디오 공개방송 장면 등에서 주민들이 즉석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또 제작진 역시 주요 배역으로 등장했다. 철물점 주인은 조명감독이고, 꽃가게 주인은 미술감독이다. 또 최곤(박중훈)에게 실없이 전화를 거는 실업 청년과 최곤이 공연하던 라이브 카페의 웨이터 등은 연출부 직원이고, 극중 결혼에 골인하는 은행 여직원은 제작사의 회계과장이다.
여기에 이준익 감독 역시 출연했다. 이 감독의 출연은 계획된 카메오 출연이 아니었다. 그는 안경을 벗은 모습으로 중국집 주방장으로 출연, 준비된 연기자처럼 그럴듯하게 연기를 했다. 그런데 이는 그날 주방장으로 출연하기로 한 단역배우가 촬영 펑크를 내면서 갑작스럽게 하게 된 연기였다.
이런 식으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31억 원의 예산은 2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툭하면 예산이 늘어나는 것이 영화판의 현실인데 '라디오 스타'는 예산을 아끼고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한 것. 이 역시 '라디오 스타'의 운이요, 능력이다.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기본적으로 감독님이 불필요한 장면을 전혀 안 찍는 데다, 운 좋게도 배우 아닌 '단역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해줘서 예산을 오히려 아낄 수 있었다"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