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쉬어본 적이 언제더라..그래도 다들 어려울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복이죠"
추석을 사흘 앞둔 3일 찾아간 휴비스 전주 제1공장.
새벽에는 제법 서늘하게 느껴지는 날씨인데도 공장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의류와 각종 산업재료로 쓰이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생산하는 이곳은 섬유 원료를 가열하는 탱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쉼 없이 돌아간다.
최장 9일의 황금연휴라는 올해 추석도 마찬가지.
연휴기간에도 평소처럼 직원 350여명이 3조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인지 구내식당 식단표에 적힌 특식 메뉴 '송편' 외에 추석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웬만한 고층빌딩을 압도하는 대형 원료탱크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파이프를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원료탱크와 갓 뽑아져 나온 섬유가 뿜는 열기가 전해져왔다.
한겨울에도 반소매 옷을 입고 작업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후텁지근한 공기를 뚫고 연신(섬유를 가늘게 늘이는 것)공정이 이뤄지는 건물에 들어서자 임현호(45)씨가 국숫발처럼 뽑혀나오는 합성섬유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조장인 임씨는 같은 교대조 중 연신과정의 세부공정을 맡은 30여명의 동료가 조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각의 공정이 제대로 이어지는지를 점검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조언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87년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설이나 추석에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제는 남들이 쉬는 연휴에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게 됐다고 한다.
임씨는 "원료를 배합탱크 온도를 섭씨 285℃로 유지해야 하는데 한번 공정을 멈추면 다시 온도를 올리는 데 1주일 가까이 걸린다"며 "입사 직후에는 명절에 못 쉬는 게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고 가족들도 이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에 쉬지 못하는 것은 사무.관리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여서 연휴기간 전주공장 내 50명 가량의 사무직원들이 각 부서마다 1-2명이 하루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전주공장 경영지원팀 송우석 대리는 "매일 8시간씩 일하는 조업팀도 있는데 연휴기간 중 하루 근무하는 걸로 불평할 수 없다"며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하다는 요즘에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