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높은 문턱을 실감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아시아 동시대미술' 경매에서 한국 작가 39명의 작품 45점이 출품됐으나 이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20점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44.4%, 판매총액은 55만달러, 한화 약 5억2천만원 규모였다.
한국 현대미술계는 올해 3월31일 뉴욕 소더비 데뷔 무대에서 25점 중 23점이 판매된 성과에 자신감을 얻고 이번 경매에는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대가부터 20대 작가까지 총출동시켜 사상 최다 출품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우환의 1978년 작품인 붉은색 '점으로부터'가 추정가(4만-6만달러)를 약간 웃도는 6만6천달러에 팔렸지만, 또 다른 낙찰작인 1979년작 검은색 '점으로부터'는 추정가(5만-7만달러)보다 낮은 4만8천달러에 낙찰됐고 다른 2점은 유찰됐다.
박서보의 '묘법' 1점은 낮은 추정가(3만-5만달러)에 가까운 3만6천달러에 팔렸으나 또 다른 '묘법' 연작은 응찰자가 없었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연작은 3만-4만달러이던 추정가를 훨씬 웃도는 6만4천800만달러에 낙찰돼 이번 출품작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전광영의 한지 평면작업은 4만8천달러,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는 3만9천달러, 최인선의 평면작업은 3만6천달러, 이정웅의 붓그림 회화 3만1천200달러, 김강용의 극사실 벽돌그림은 3만달러 등이었다.
그러나 곽훈, 강익중, 배소현, 이상남, 양희성, 김인겸, 이일, 정광호, 박선기, 박지혜, 황순일, 배준성, 유승호, 이용덕, 고명근, 신치현, 이정진, 황인기, 서은애, 이동기, 함진 등의 작품은 유찰됐다.
특히 홍콩 등 아시아 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던 2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이번 경매에서는 줄줄이 유찰되거나 낮은 추정가에서 거래돼 실망을 안겼다.
이번 경매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국 현대미술의 열기도 진정세였다.
최고 인기작가 장샤오강의 작품은 7점이 무더기 출품돼 추정가를 웃도는 24만-88만4천달러에 모두 낙찰됐지만 3월 경매 때의 97만9천달러와 같은 기록 경신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매를 참관한 서울옥션 관계자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보이는 아시아 미술에 대한 열광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며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원로 작가와 젊은 작가 모두 출품작을 엄선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