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수행 중 입은 사고로 고통을 겪다 그 후유증으로 자살했다면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의 한 경찰서 경비계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2004년 8월19일 오후 인근 지역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김씨는 신고자의 집 대문 앞에서 피해내용을 확인하던 중 술에 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치여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으나 후유증이 심했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후각과 미각, 청각 등의 오감이 급격히 떨어지는가 하면 급기야 정신적 불안증세와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2005년 8월8일 오전 김씨는 출근 뒤 머리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경찰서를 나선 뒤 자신의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이 공무중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 측은 "개인의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라며 공무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17일 김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의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지속적인 두통을 앓는 등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후각과 미각, 청각 능력 저하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인 불안증세와 우울증을 보여 당시 37세의 김씨로서는 그 절망감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다.
재판부는 또 "뇌를 다친 환자가 정신적, 감정 장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일반인에 비해 자살하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 뇌손상과 자살 시도와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다"며 "김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