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익스프레스, 상속세 폐지 캠페인
언론사들은 각종 캠페인을 펼친다. 우리 식으로 치면 심각한 수해가 발생했을 때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이라든다, 아프리카나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의 절박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사회 구성원 다수가 공감하는 문제에 대해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아래 실시하는 이런 캠페인은 서양 언론 이론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동원의 기능과도 관계 깊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다 해결할 수 없는 부문을 민간에서 해주는 차원에서도 또 국가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여론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도 캠페인은 자주 이용된다. 이런 캠페인은 대개 민간 단체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더 효율적이고,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영국에서 최근 이색적인 언론사 캠페인이 눈에 띈다. 상속세 폐지(Abolition of Inheritance Tax).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는 영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캠페인이다. 좀더 평등한 사회 구현을 위해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유력한 수단의 하나가 상속세이고, 이는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이다. 물론 일부 강력한 조세저항이 있고,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지만...어느 나라나 세금과 관련해서는 늘 의견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영국의 경영자 단체인 CBI 사무총장이 기업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경제가 위축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세금과 관련한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상속세의 페지를 주장하는 언론사는 데일리 익스프레스(Daly Express).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2월 9일 납세자 연맹(TaxPayer' Alliance)와 손잡고 데일리 익스프레스 크루세이드(Daily Express Crusade)를 출범시켰다. 독자들을 중심으로 집회도 갖고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편집인 피터 힐(Peter Hill)이 서명용지를 블레어 총리 관저에도 전달했다. 수상관저에 폐지 청원서를 넣고, 기사로도 지속적인 상속세 폐지 주장을 펴고 있다.
영국의 상속세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 노동당의 유력한 정치인 가운데 한명인 스테판 바이어스(Stephen Byers)가 이 캠페인에 동참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5월까지 블레어 내각에서 교통부 장관을 맡았던 노동당 의원이다. 그는 상속세 폐지 운동에 동참하면서 상속세를 한 마디로 "불공정 하면 형벌과도 같은 것(unfair and punitive)"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상속세가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징벌(a penalty on hard work, thrift and enterprise)"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의 상속세는 집 가격이 28만 5천 파운드(5억 1천 만원)를 넘을 경우 가격의 40%를 상속세로 내야한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영국서도 크게 오르면서 최근 상속세 납부 문턱을 넘어선 주택이 새롭게 1백 50만 채나 늘어났고, 만약 이대로 나가면 2020년 4백20만 채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스테판 바이어스는 상속세가 정말 돈 많은 사람이 내는 게 아니라, 돈이 많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집값 올라 내야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면서 폐지를 주장한다.
부자가 아니라 간신히 밥먹고 사는 것 면한 평균적인 사람들을 괴롭히는 제도라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연간 상속세는 32억 파운드(5조8천억원)정도에 이른다. 바이어스의 주장은 이 정도 세금은 앞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도입될 환경세(Green Tax)로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으니 근검절약과 정당한 노력의 대가에 벌금 물리는 식의 상속세는 폐지하라는 취지다. 앞으로 상속세 폐지가 영국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큰 호응을 얻어 성과를 낼지 모르지만, 영국은 역사적으로 세금 때문에 홍역을 여러 번 치렀다.
보스턴 차 사건, 역사적 사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계기가 됐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 은 세금과 관련된 정책이 만들어 낸 역사적 사건은 대표적이다. 1773년 영국은 식민지 미국 상인의 차(茶) 밀무역을 금지하고, 이를 동인도주식회사에게 독점적 권리로 부여하는 관세법을 만들었다. 이에 분노한 보스턴 시민들이 인디언 복장으로 분장한 뒤 보스턴 항구에 정박하고 있던 동인도조식회사 소유 선박 2척을 습격해 3백42개의 차 상자를 차가운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민들은 그 동안 세금을 뜯기면서도 의회 대표권이 없어 이같은 부당한 법을 막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반영국 투쟁으로 나섰다. 매사추세츠까지 합세하면서 마침내 1775년 양측의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탈루 세금 잡아야
최근 우리사회는 경제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부동산 거래관련 세금의 정비와 세율 인하 목소리가 높아진고 있다. 월급장이들 주머니 털어내는 원천징수의 근로 소득세는 늘 원성의 대상이다. 국내 재벌들은 상속세와 증여세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때로 세금 정책은 정권의 지지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근검한 생활의 결과물인 재산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것인가"라는 상속세 문제는 우리 현실에서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다수 시민들이 그렇지 못한 상속재산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다수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세금에 대한 탈루부터 제대로 막아야하는 과제가 더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