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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원칙대로 사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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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최근에 얼굴 화끈한 일이 있었습니다.

'기아체험 24시간' 때문입니다.

SBS와 월드비전이 함께 만드는 이 행사는 24시간을 굶으면서 제 3세계 아이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고 느낀 만큼 실천하자는 나눔의 축제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이 행사 현장캠프에 꼭 가고 싶은데 신청마감일이 지났다면서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우리 단체의 행사담당팀은 평소 저에게 업무협조 요청이 많으니까 이 정도 일은 부탁은 쉽게 들어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담당 직원은 정중했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마감 후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면서 특히 이번 행사는 청소년대상이니 더욱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순간, 몹시 당황했습니다.

"어머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흥, 이제부터 하는 부탁하기만 해봐라, 내가 들어주나봐라." 한참을 이렇게 씩씩거리다가 곧 아차,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직원의 평소에 저에게 했던 부탁은 공적인 것이고, 지금 내 부탁은 순전히 사적인 것이니까요.

갑자기 원칙을 지키며 일하는 이 직원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왜 어느 나라 총리가 주차위반 범칙금냈다는 해외토픽을 들으면 범칙금물린 그 교통경찰이 멋져 보이지 않습니까?

그건 우리 모두 돈과 지위와 인맥으로 부탁하면 뭐든지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원칙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조카는 지금 집에서 기아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조카를 위한 내 부탁은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만, 이런 기분 좋은 거절은 너나없이 많이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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