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이애나 9주기
요즘 영국은 신문이나 BBC TV나 다이애나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하나는 그녀의 죽음과 관련해 끝없이 제기되는 의혹. 또 하나는 이번에 개봉되는 베네치아 영화제 출품작 더 퀸(The Queen). 한국시간으로 오늘 31일은 바로 9년전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가 빠리의 세느강변 알마(Alma) 지하차도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던 이집트 출신 부호 도디와 함께 벤츠 승용차를 타고 가다 교각을 들이받는 사고로 사망한 날이다. 비록 현장에서 숨졌지만, 다이애나는 지금까지 영국사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여전히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공식적 발표는 다이애나와 도디를 태우고 가던 S280 벤츠 승용차 기사 앙리 뽈이 음주 상태에서 파파라치들의 추적을 따돌리며 고속으로 질주하다 운전과실로 지하차도 교각을 들이받았고, 이사고로 동승했던 경호원 1명은 목숨을 건졌지만, 다이애나와 도디, 기사가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런던 최고의 해로드 백화점 소유주인 도디의 아버지 파예드를 비롯한 가족은 끝없이 죽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파예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이자 다이애나의 전 시아버지인 에딘버러 공작이 영국 비밀 공작기관 M16과 결탁해 다이애나와 도디를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2) 미궁 속 재조사 착수
세간의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영국정부가 당초 올 7월로 예정됐던 사건 종합 보고서를 발표를 내년으로 미뤘다. 조사를 담당했던 책임자는 주변의 압력과 간섭이 심해 일하기 어렵다면서 자리를 물러나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가 점점 더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영국 언론들도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진다. 특히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는 다이애나의 죽음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지 않느냐는 의문부호를 달며 지속적으로 관련 기사를 다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프랑스 검찰이 다이애나 사건을 재조사 하기로 결정하므로써 사건 발생 9년만에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프랑스 검찰이 지난 2002년 기사의 음주운전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스스로 이를 뒤집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사망자의 혈액샘플이나 조사결과에 정황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사건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순한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미심쩍은 게 많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과연 프랑스 사법당국이 재조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세인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 의혹들...
데일리 메일이 지적하는 의문점을 정리해 본다. 문제의 핵심은 운전사 앙리 뽈(Henri Paul)의 혈액검사 결과에 나타난 의혹을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다.
ㄱ. 혈중 알콜 농도.
독소전문가 페펭(Pepin) 박사와 임상교수 르꽁트(Lecomte)는 뽈의 혈중알콜 농도가 영국 기준보다 3배나 높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페팽은 "기사 뽈의 혈중 알콜 농도가 1리터당 1.75mg이라는데, 그 어떤 증빙서류도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인다. 할중 알콜 농도의 수치만 있을 뿐 어떤 샘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 것인지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 샘플이 바뀌치기 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있다.
ㄴ. 혈중 일산화 탄소 농도
또 하나 뽈의 혈액검사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혈액검사 결과 그는 죽기 전 다량의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를 흡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자살을 하기 위해 자동차 배기구에 고무호스를 대고 차안으로 연결해 마신 것과 같은 분량이 나온 것이다.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최고 20.7%였다. 이는 혼수 상태(coma)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정도면 운전은 커녕 서있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다. 하물며 빠리의 거리를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뽈이 사고 차량에 오르기 직전 리츠호텔의 CCTV에 잡힌화면은 뽈이 정상적으로 걸었으며 몸을 구부려 신발끈을 조여 매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결국, 뽈이 승차 전 일산화 탄소로 인한 중독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교통사고가 난 직후 뽈은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즉사하기 직전 사고 차량에서 나온 다량의 일산화 탄소를 들이 마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가능하지 않고... 더구나 그렇다면 같은 차안에서 숨진 도디의 혈액에서도 일산화 탄소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도디의 혈액에서는 일산화탄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팀은 뽈의 아파트에서도 리츠호텔에서도 일산화 탄소와 관련한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했다.
ㄷ. 시신이 뒤바뀌었나.
결국, 혈액검사 수치가 조작됐거나, 뽈의 혈액샘플이 바뀌었을 가능성 2가지가 설득력을 얻는다. 사건 직후 뽈의 시신은 알마 지하차도 교각에서 부검을 위해 플라스 마자(Place Mazas)에 있는 시체 보관소로 옮겨졌다. 일요일 아침 그 곳에는 이미 24구의 시신이 부검 대기중이었다. 따라서, 도디의 아버지는 혈액샘플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시 시체 보관소에 있던 24구의 시신에 대한 신원확인을 프랑스 경찰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게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영국 정보기관 M16과 프랑스 정보기관 DGSE가 고의로 짜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단순 음주사고인지, 아니면 다른 곡절이 담긴 사건인지...진실이 은폐되거나 가려져서는 안된다. 인류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온축(蘊蓄)해온 지혜가 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