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합니다. 어떻게 살라구요?"
어젯밤 기막힌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조금 전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OOO 올림"
불과 일주일 전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잘 아는 후배의 아내였습니다. 그 후배는 나와 평소 두 세 달에 한번씩 만나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남편이 배가 불러오고 얼굴도 검게 변했어요. 피곤하다고 회사에서 오자 마자 쓰러져 자는데 땀을 비오듯 흘리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어쩌면 좋아요?" "언제부터 그랬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무 이상 없었어요. 오늘도 회사 갔다 왔는데요." "그 동안 아무 이상이 없었단 말이에요?" 재차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3주전부터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것 같았어요." "혹시 간에 문제는 없었나요?"라고 묻자 "애기 아빠가 B형 간염 보균자에요. 어려서 걸린 것 같다고 했어요." 의학 기자 10년의 짧은 소견으로 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달려 가세요."
급히 응급실로 달려갔으나 후배의 아내는 서 너 시간 뒤 펑펑 울면서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응급실에 가자 마자 CT를 찍었는데 간암이 말기에 이르렀고 게다가 폐로 전이까지 돼 폐암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래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기 까지 내버려 뒀단 말인가?' "병원에서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태래요." " ㅠ ㅠ ㅠ ㅠ " "일 밖에 모르고 산 사람인데, 애기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요!" 회생의 희망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태였습니다. "애기 아빠를 입원이라도 시켜서 할 수 있는 치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받게 해야 후회 없을 것 같아요." 그 날로 후배는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3일 후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동안의 배려 감사합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답니다. 용인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긴 지 나흘 만에 운명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혔습니다. 증상을 알고 병원을 찾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사람이 죽다니…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 입니까?
후배를 영안실로 옮겼다는 메시지를 받고 급히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더욱 기막힌 일이 있었습니다. '늦게 결혼해 아이들이 어리겠다' 라고 짐작은 했으나 젊은 아내와 너무도 어린 여자 아이와 사내 아이가 소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큰 아이는 초등학생이었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후배의 아내는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었는데도 쉴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슬픔에 가득한 얼굴로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후배에게 좋은 곳으로 가라는 염원을 하며 절을 올린 뒤 상주들과 맞절을 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후배의 아내와 어린 두 자식이 있었습니다. 내 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후배 아내가 흐느끼며 말을 내뱉었습니다. "우린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허무하게 떠난답니까?"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간 후배는 B형 간염 보균자였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간 상태에 대해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일을 좋아해 한번 시작하면 밤을 새서라도 끝을 보고 마는 성격이었습니다. 특히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즐겨 이삼일에 한번은 술을 마셨고 담배는 대학 때부터 20년 넘게 피웠다고 합니다. 피곤한 일이 이어지는 가운데 술과 담배로 몸은 더욱 망가지고 있었는데도 쉬지 않고 무리한 일을 계속했으니 건강한 사람도 쓰러질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B형 간염 보균자였으니 간이 망가져 버리고 만 것이죠.
취재를 하다 보면 수 많은 답답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내가 하는 취재가 잘 안돼 답답하기 보다 답답한 상황에 빠진 환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검진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으면 완치 됐을 텐데 치료가 안될 상황이 되서야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매년 아니 2~3년에 한번 만이라도 정기검진을 받았으면 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건강검진을 하는 곳이 많아 기다리지 않고 쉽고 빠르게 검진이 끝납니다. 특히 비싼 검진도 있지만 저렴하면서도 거의 모든 것을 검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제가 건강과 의학을 취재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