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 내 영화단지가 조성된다.
충무로와 강남 시대를 거쳐 한국영화 제3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최대 영화사인 싸이더스FNH의 차승재 대표는 2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파주 출판도시 2단계 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사들의 파주 이전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출판도시문화재단의 이기웅 이사장과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 등이 참석했다.
'파주 출판도시 2단계 추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차 대표는 "한국 영화가 산업적으로는 체질 개선이 이뤄졌지만 내적·정신적 성장이 동반됐는지 여부는 의문"이라며 "영화 역시 서사의 한 형태이고 서사의 근원이 문학이라면 서사의 젖줄을 대는 이곳 출판단지에 같이 둥지를 틂으로써 내적 성장을 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에 둥지를 틀기로 한 영화사는 현재 18개사.
싸이더스FNH를 비롯, '그때 그 사람들' '사생결단'의 MK픽쳐스, '괴물'을 제작한 청어람, '주홍글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LJ필름과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 김기덕필름 등 유명 영화사들과 함 께 세방현상, 라이브톤 등 후반작업 업체들도 포함돼 있어 영화 제작을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다.
"영화하면서 10년 간 충무로에서 생활하고 10년 간은 강남에서 생활했다"는 차 대표는 "충무로 시절은 대표가 아닌 직원 시절이었는데 당시에는 영화인들이 충무로에 많이 모여 있어 사람들과 부딪히는 속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강남으로 이사가면서는 영화사 사이에 장벽이 생겼고 의사소통이 단절됐다. 또 영화인 사이에 동료애 라는 것도 사라지고 영화를 그냥 산업으로만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파주로 이사갈 것을 계획한 것은 그 때문.
차 대표는 "예전 충무로처럼 한 동네에 모두 모여 아옹다옹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파주 이전 계획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파주 이전 계획에 대해 '웬 파주?'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잘 생각해보면 영상 관련 문화 벨트가 서울의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상암과 일산 한류우드를 거쳐 파주로 이어지는 문화 벨트가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화사들은 2단계 출판도시가 들어서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산남리, 서패리, 신촌리 일원의 20만 7천400평의 부지 내 3만~5만 평의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2008년까지 입주를 완료하는 게 목표.
차 대표는 "아직 영화 단지의 평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3만~5만 평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작품 편수를 보유하고 있고 그 영화를 통해 문화적 기여를 한 회사를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다.
오늘을 기 점으로 더욱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가 출판단지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단지 1단계의 성공에 못지않은 2단계의 성공을 이끌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열화당 이기웅 대표를 주축으로 출판인들이 17년 간 공을 들여 세운 파주 출판단지에는 26만 4천400평의 부지에 현재 400여 개의 출판관련업체가 들어서 있다.
이 대표는 "1989년 출판단지를 기획할 때 서울 탈출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면서 "좋은 도시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얼마나 높으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파주 출판단지는 성공한 모델이다.
이번 2차 단지 사업에 영화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영화와 책의 행복한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 뒤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현재 파주 출판단지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교통 수단의 부재.
합정동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1년 전부터 운행 중인 것을 제외하면 자가 운전이 아니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부대시설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이동의 편이성과 관련업체들과의 유기적 결합에 대한 필요성으로 한국 영화의 강남 시대가 열렸던 점을 생각할 때 파주 영화단지 조성에는 넘어야 할 난관들이 놓여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