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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민주주의 창-테러 용의자와 수퍼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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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러 모의 용의자들, 평범한 영국 가정 출신

영국 사회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은 이번 테러 모의 용의자들을 보면 앞으로 영국사회가 얼마나 더 놀라야 할 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발견된다. 영국 경찰이 발표한 테러 용의자는 모두 24명. 이 가운데 19명의 신원이 현재까지 밝혀졌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뻔 했던 이번 24명의 면면을 보면 과연 미국과 영국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확히 부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격한 이슬람 파시스트(Islam Fascists)의 테러리스트 면모와는 무관한 사람들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10대와 30대 1명을 제외한 17명이 모두 영국에서 태어난 20대로 영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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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가 테러 모의 용의자로 지목된 압둘 와히드. 오른쪽은 수퍼모델 스튜어트 와이트.

가난한 이슬람권 국가에서 독재에 시달리며 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총탄 공포에 시달리며 복수심을 키운 그런 전사들이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레바논이나 헤즈볼라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비록 부모중에 파키스탄계가 있다고 하지만, 영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교육받고 기독교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자랐으며 기아선상에 몰리지 않는 복지혜택을 누리며 살아온 평범한 영국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압둘 와히드(Abdul Wahid). 아랍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다. 하지만, 1년 전 까지만 해도 이름은 돈 스튜어트 와이트(Don Stewart Whyte)였다. 우리 나이로 약관(弱冠) 20살에 불과한 이 청년의 모습에서 이번 테러 음모가 주는 교훈을 읽어낼 수 있다.


보수당 출신 정치인 아들이자 수퍼모델 이복동생

대중지(루퍼트 머독이 발행하는 대중지 '선'처럼 여성 나신으로 승부 거는 신문은 아니지만)이자 영국에서 발행되는 유일한 석간 신문,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는 11일자에서 특종(Exclusive)이라면서 1면 머리기사로 [용의자와 수퍼 모델(Suspect and Supermodel)]이란 대중지 특유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밑에 두 장의 실렸다. 여기에 용의자 사진은 압둘 와히드, 수퍼모델 사진 자리에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모델 스튜어트 와이트(Stewart Whyte)의 얼굴이 나란히 자리잡았다. 다음날 그러니까, 12일자 조간에는 정론지 가디언(The Gurdain)에서도 비록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점잖게 와히드와 스튜어트의 관계를 다뤘다.

와히드를 먼저 살펴보자.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다 체포된 와히드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친절하고 밝고, 공손하며 남을 도우려 애쓰는 청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동네 사람들은 그의 체포를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지난달에는 이슬람교도 여인과 결혼까지 한 어엿한 한 여자의 남편이다. 지난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아랍 옷을 입고, 수염을 길렀지만, 사람이 더 착해지고, 공손해졌다는 증언이다. 그의 어머니는 교사 출신이다. 하층민 출신이 아님을 말해준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지난 2000년 74세로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또 영국 보수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정치가였다. 교사 어머니와 정치가, 그것도 진보적인 노동당이 아니라 보수적인 보수당 정치인 아버지 사이의 아들이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테러 모의를 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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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와히드의 이복 누나 스튜어트 와이트(37살)는 가운데다. 오른쪽은 나오미 캠벨. 이복 자매의 아버지는 부동산 중개업도 하고 보수당에 열렬히 참여했던 정치인이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이 기다린다. 그의 아버지는 두 번째 결혼이었는데, 첫 결혼에서 낳은 딸이 현직 유명 모델이다. 프랑스의 테니스 스타이자 가수로도 데뷔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흑인 기원의 야닉 노아(Yannic Noah)와 결혼생활도 했던 수퍼 모델 스튜어트 와이트(Stewart Whyte). 뛰어난 미모와 몸매로 톱 모델인 그녀는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만난 적도 없으며, 더이상 얘기할 게 없다"고 말을 끊었다. 이 판국에 동생이니 뭐니 했다가 무슨 날벼락을 맞으려고 아버지가 재혼해 낳은 이복동생의 일에 끼어들까마는...

평범한 테러 모의 용의자가 주는 교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테러의 진정한 진앙지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정부와 의견을 달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닌 [테러를 권하는 사회]가 돼 가는 영국의 모습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씁쓸하게 되돌아 보는 이들이 많다. 과격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이 그만큼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소리 높여 외치는 부시와 블레어의 지난 5년 정책이 결국 선량한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있다는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이번 음모에 알 카에다 연루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테러 단체 알 카에다도 못 잡고, 알 카에다 편드는 사람들만 양산해 내는 정책임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더 과격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극우적인 주장도 넘쳐 난다. 절대 악은 편견으로 가득찬 제 2의 악으로 뿌리 뽑히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결국,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더욱이, 이런 주장은 미국식 신 보수주의류(類)의 기독교 문명, 서유럽과 미국 백인문명의 우수성을 배경에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가치관에 기반하는 그런 사고가 지구촌을 점점 더 미움과 질시, 갈등과 전쟁으로 가득 찬 피곤하고 괴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꿔 놓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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