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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28일째…레바논 1천여 명 사망 실종, 이스라엘 94명 희생

지난 7월 12일 시작된 전쟁에서 28일 동안 레바논 사람 9백32명이 죽고 75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는 건물 잔해 더미에 깔려 숨진 사람들로 시신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희생된 사람이 1천명을 넘는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94명이다. 10분의 1에 불과하다. 레바논의 부상자는 무려 3천2백93명(45%가 어린이). 이스라엘 부상자는 1천8백67명. 문제는 레바논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이스라엘이 목표로 하는 헤즈볼라 단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헤즈볼라 관련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이 민간인 피해자다. 민간인 살상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다.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는 헤즈볼라도 전쟁 범죄자지만, 아무 관련없는 민간인 수천명을 학살하거나 부상시킨 이스라엘은 더 큰 전쟁범죄자라는 주장을 반박할 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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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격으로 어린이 희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부상자의 45%가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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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재민(罹災民). 레바논 인구의 3백8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1만3천명이 집을 떠나 피난을 갔다. 레바논 전체가 공황상태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피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헤즈볼라가 개전이후 이스라엘에 쏜 로켓포는 3천발로 집계된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은 공군기는 무려 8천7백회나 출격해 146개의 다리와 72개 도로를 파괴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발전소를 공격해 3만톤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베이루트를 비롯해 오늘날 서구문명의 출발점이 된 알파벳을 발명해 유럽전역으로 장사를 다니던 페니키아인들의 아름다운 해변가는 지금 고약한 이웃을 잘못 만나 기름바다로 변했다. 지금까지 레바논의 산업 피해는 20억 파운드(3조 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교훈: 종교, 이념 단체는 무력으로 근절되지 않아

이렇게 레바논을 황폐화시켜 전부터 치자면 아프간과 이라크를 황폐화시켜,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레바논에서 시리아나 이란으로 전선을 확대해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평화를 가져오는 전쟁이라도 찬성할 수 없지만, 적어도 미국 국민들이나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쟁을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화를 명분으로 전쟁을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중동이 황폐화 되면 될수록 중동은 평화의 길로부터 멀어진다는 역설(逆說)이다. 이번 전쟁에서 절대 헤즈볼라는 괴멸되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나 무력으로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멸망시킨 예는 무수하다. 그러나 이는 영토적으로 실체를 갖고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이다. 국가나 정부는 강대한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실체를 갖지 않고 이념으로 무장된 집단이 무력으로 진압된 경우는 없다. 반드시 그 잔존세력이 남는다. 이름은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 형태로 변형돼 반드시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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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변해버린 베이루트 해변. 이스라엘이 화력발전소를 폭격해 거기서 흘러나온 기름이 아름답던 레바논 해안가를 오염시켰다.

독립단체들이나 이교도로 지적된 종교집단이 뿌리뽑혔다는 역사적 기록이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멀리 갈 것 없다. 유대인은 지난 로마의 지배 이후로 2천년간 실체도 없이 종교적 신념으로 살아왔다. 이슬람교도 시아파와 순니파 갈등속에 부침은 있지만, 그 자체의 정체성은 1천 3백년 간 생존해 왔다. 16세기 이후 제국주의가 발호해서 전 세계를 삼켰지만 결국, 독립단체의 끝없는 저항에 모두 손을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이라크에서 반정부 세력이 근절되지 않았다.

헤즈볼라와 지도자 나스랄라, 저항의 구심점으로 오히려 부활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한 정파(政派)로 보면 된다. 지난해 실시된 총선에서 128석의 의석 가운데 14석을 차지해 장관직 2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레바논의 정부를 구성하는 정파이면서 동시에 레바논 정부의 공식 군대와 별개의 독립적인 군사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니, 레바논 정부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종교적으로는 주로 시아파여서 다수인 수니파의 큰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의석수에서 말해주듯이 국민적 지지가 높지 않았다. 그랬던 헤즈볼라가 부활하고 있다. 전쟁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피닉스(Phoenix), 불사조(不死鳥)와 같다. 영원히 죽지 않는 새, 아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새. 태양을 상징하는 고대의 의미처럼 헤즈볼라가 위대해서 그런가. 아니다.

이유는 헤즈볼라가 저항의 구심점으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지금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가족과 친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불태울 적개심이 어디로 갈까. 이스라엘과 미국을 반대하는 국가나 단체로 결집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헤즈볼라다. 이스라엘의 가공할 공격에 그 기반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지지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지금 중동권에서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Sheik Hassan Nasrallah)가 제 2의 나세르처럼 부각되는 현실은 이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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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나이로 47살인 나스랄라는 허장성세를 부리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분위기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지지자들을 확산시키고 있다. 절대 열세인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이스라엘에 그나마 타격을 안기는 헤즈볼라의 군사행동에 많은 많은 시아파가 아닌 수니파 아랍인들도 속으로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무엇보다 큰아들도 헤즈볼라 전사로 이스라엘과 싸우다 숨지고 현재 둘째 아들도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사집안의 나스랄라에게 상당수의 아랍인들이 믿을만한 지도자로서의 인간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들에게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독립전쟁 아닌가.

테러를 근절한다는 미국의 전쟁이 이스라엘의 전쟁이 가져올 결과다. 병원, 난민 숙소, 농촌, 어린이, 노약자, 무고한 시민, 도로, 병원, 주택, 무차별적 학살과 파괴. 미국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참고 있겠는가? 넌센스다. 이스라엘은 자국 군인 2명이 헤즈볼라에게 납치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런 엄청난 전쟁을 시작했다. 사람은 평등하다. 특정 종교나 편향된 가치관에 기반한 우월감을 갖는다면 이성적이지 않다. 더 큰 저항으로 이어져 불행만이 확대 재생산될 뿐이다. 다시 한번 역사의 경험을 들춰 강조하건대 국가나 정부라는 실체는 무너뜨릴 수 있어도 분노에 기반한 신념은 무력으로 없앨 수 없다. 헤즈볼라가 설혹 근절되더라도 새로운 저항 조직이 탄생한다. 이걸 모를리 없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격을 강행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가. 다음 글에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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