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공연 속의 다윗의 별과 이슬람 무늬
미국과 이스라엘이 즉각 휴전을 미룬 채 공격을 더 가속화하는 이유는 테러를 중단하지 않는 헤즈볼라를 근절하거나 적어도 그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여기서 진실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아마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이 이는 국제정세를 발로 읽는 자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목표가 있다는 것인데... 미국과 이스라엘에 아무리 물어 봐도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는 가르쳐 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전쟁으로 빚어질 결과를 짚어 봄으로써 귀납적(歸納的)인 방법으로 전쟁의 목표를 유추해 낼 수 있다.
인간이 때로 아무리 악독한 마음을 가진다 해도 누군가에게 본심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인 위장으로 마음에도 없는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을 흘리곤 한다. 그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레바논 전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도 없는 사람과 그들이 구성하고 있는 정부가 있다는 사실에 섬짓 놀란다. 나아가 인간의 이성과 인간의 본성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는다. 오늘도 아무런 명분 없이 저승길로 향하는 시민들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힐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 어느 고상한 종교나 사상, 신념도 인간의 행복을 위함인데...
이런 가운데 마돈나가 유럽 투어 가운데 로마(Rome)에서 어제 벌였던 퍼포먼스는 청량제 같은 색다르면서도 상큼한 른 느낌을 전해준다. 2명의 남자 무용수를 옆에 대동한 춤동작에서 평화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선보였다. 자신의 왼쪽 무용수에게는 알몸의 상체에 이스라엘 국기를 상징하는 별을 그렸다. 다윗의 별이다. B.C 1000년 경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 왕이 된 뒤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은 십계(Ten Commandment)의 돌판을 담은 언약궤(言約櫃, Ark of the Covenant)를 예루살렘에 모셨다는 이스라엘 민족 최대의 영웅 다윗(B.C 961년 사망)왕의 별. 그리고 오른쪽 무용수는 이슬람에서 신성시하는 초승달과 별의 문양. 용감하게 할 말 하는 마돈나의 행위예술에 둘의 다툼이 봄 눈 녹듯이 녹아들었으면...
레바논, 전쟁 뒤 산업 붕괴…황폐화
레바논 전쟁이 26일째를 맞았다.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죄없는 레바논이요, 그 속에 살고 있는 레바논 시민들, 그들의 어린 자식이다. 그러나, 이제 인명피해를 떠나 레바논이 국가적으로 입는 피해로 관심을 돌려보자. 이스라엘은 자신의 북부지방이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가본 하이파(Haiffa)를 비롯해 이스라엘 북부지방은 정말 낙원처럼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이다. 하이파가 특히 그림같다. 그러나, 하이파는 이스라엘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후 이스라엘 정부의 자금으로 즉시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레바논은 다르다.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해 전 국토가 유린되고 있다. 빈약한 레바논 재정이나 국력으로 볼 때 자력으로 복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레바논이 초기 20일간 입은 사회간접자본의 피해만도 20억 달러 이상이라고 모하메드 알-사파디 레바논 교통장관이 말한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5일자에서 레바논의 대형 공장 45곳이 폭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산업협회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료 등의 공급이 중단돼 산업 시설의 95%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레바논의 수출은 200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나 늘었다. 올 5월까지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할 때 올 해 5% 성장이 기대됐었다. 중동국가 가운데 가장 세련된 현대도시의 면모를 갖추며 관광객이 넘쳐 나고 경제 번영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서 곰곰 생각해보자. 레바논 전쟁이 왜 일어났으며 좀처럼 종전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지 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헤즈볼라가 공항이나 도로, 대형 공장에 숨어있는 게 아니다. 이런 대형 시설물들은 위성 촬영으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을 옮길 경우 쉽게 포착된다. 그런데, 왜 이스라엘은 사회간접자본들을 집중적으로 파괴할까. 레바논 경제를 괴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답을 얻기 어렵다. 레바논은 전쟁이 지속될 경우 70년대 이전 수준으로 퇴보하고 말 것이다. 관광 산업과 각종 산업으로 활기를 띠던 도시들은 폭격의 상처를 간직한 채 외부인의 발걸음을 찾기 어려운 죽음의 도시로 전락한다. 누가 레바논을 찾을 것인가. 전쟁 전의 경제를 회복하는 데만도 수십 년 걸릴지 모를 일이다. 레바논은 이제 경제적으로 낙오자가 되고 만다.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황폐화' 도미노
비록 레바논이 지금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아니라고 하지만,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어차피 적대적인 관계다. 레바논이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것을 이스라엘이 달갑게 바라볼 수 없다. 헤즈볼라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레바논 뿐인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우디나 걸프만의 왕정, 산유국가들을 제외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중동의 어떤 나라도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것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묵과하기 어렵다. 미국적 가치에 저항하면서 성장하는 적의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다. 이들에게는 괴멸적인 황폐화만이 기다릴 뿐이다.
미국의 의도로 전쟁을 치른 다른 나라들을 보자. 전쟁 전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미국이 승리를 선언하고 미국식으로 식민정부 비슷한 정권을 세웠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찾아 줬다고 홍보하지만, 전쟁으로 무너진 이 나라들 경제는 회복 불능이다. 아주 오랫동안 최저 빈곤국가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방력은 경제력에 기반한다. 경제가 빈곤한 가운데,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항할 군사력을 기를 여력이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미국, 이스라엘에 대항할 여력이 없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헤즈볼라의 거점 레바논이 사실상 이번 전쟁으로 황폐화 됐다. 레바논이 구제불능이 됐다고 판단되는 순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류애를 발휘해 백 번 양보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주면서 휴전에 응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