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i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7. 독일
1)독일
2,3,4,5,6,7,8,9,10,11,12,13,14) 쾰른(Cologne) --오늘 이야기
15,16,17,18)베를린(Berlin)
11)쾰른 철학자 모자이크 4-- 현자(賢者) 클레오불루스
[민주주의 창]에서 한동안 레바논사태를 전하느라 역사탐방이 잠시 뒤로 밀렸다. 지난 글에서 강력한 군사국가를 건설했던 스파르타의 킬론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에게해 남단의 큼직한 섬 로도스(Rhodes)의 도시국가 린도스(Lindos)에 살았던 클레오불루스(Clebulus)다. B.C 6c 사람으로 아버지는 에바고라스. 먼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헤라클레스가 나오니... 천하장사의 후손인 셈이다. 얼굴이 아주 잘생긴 미남에다 용력이 뛰어난 남자 중의 남자로 묘사되는 것으로 봐 당시 그리스인들 눈에는 헤라클레스의 후손으로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의 고향 린도스는 5백여년 뒤 옥타비아누스의 아내 리비아가 데려온 큰 아들이자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가 일찌기 조카인 가이우스(옥타비아누스의 딸 율리아가 낳은 아들)에게 밀려 제위 계승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정계에서 은퇴했을 때 머무르던 도시다. 터키 땅과 가까운 로도스섬은 제법 규모가 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도시국가가 여럿 있었다. 그중 헬레니즘 시기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린 아폴론의 거상(콜로소스, Colossus)이 자리하는 로도스항과 린도스항이 가장 이름 높았다. 직접 가보니 린도스가 더 운치있다. 전형적인 그리스 도시답게 높은 절벽 위에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도시를 짓고, 밑의 바닷가는 항구로 썼다. 완만한 항은 천혜의 항구이고, 도시는 높은 곳에 있어 방어에 유리한 뛰어난 입지조건을 가졌다.
클레오불루스는 풍채와 인물만 훤한 게 아니었다. 학문이 깊었다. 무엇보다 선진 이집트에 유학가서 견문을 넓힌 사람이다. 물론 그 당시 이집트는 신왕국(New Kingdom)도 끝나고 극도의 혼란을 겪던 때요, 찬란한 피라미드 문명을 낳은 황금기로부터 무려 2천년이 더 흐른 뒤였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고... 화려한 문명의 흔적만 남았지만 당시 흙집에서 간신히 벗어난 수준의 그??운 결과물이다.
건물만이 아니다. 신전을 지키던 신관들이 간직하고 있었을 전래의 파피루스에 고문명의 편린(片鱗)들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좁은 섬나라나 산간지방에 살던 그리스인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이집트는 오늘날 유럽이나 미국처럼 느껴지던 곳이다. 클레오불루스는 같은 이집트 유학파 출신인 솔론(Solon)과 깊은 교분을 나눴다. 솔론은 아테네를 세련된 민주사회로 탈바꿈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입법자요 정치가였다. 당대의 지성이자 정치인이던 이들이 선진 이집트에서 배운 문물을 토대로 이상사회를 구현하고자 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클레오불루스의 딸 클레오불리나도 훌륭한 시인이었다. 부전여전(父傳女傳).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70대까지 오래 살았던 클레오불루스는 후세에 가르침이 될 경구를 수많은 시에 담아 냈다. 곰곰 들여다 볼 대목이 적지 않다.
1. 무지와 수다스러움은 둘 다 인간 사회에서 동요를 낳는 주요 원인이다.
모르면 답답해서... 너무 말이 많으면 헷갈려서 오히려 주변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역시 킬론이 얘기했던 중용의 도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이 배워 새로운 희망을 꿈꾸되, 실천을 많이 하고 말을 좀 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2. 기회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사실 인간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자유다. 지위고하, 재산의 유무를 떠나 자신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이런 자유는 특정인만이 아니라 골고루 주어져야 한다. 동시에 기회가 동등해야 한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수 없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동등한 기회야 말로 인간사회를 진보의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주요한 토대다.
3. 당신의 딸을 충분히 나이가 들거든 결혼시켜라.
그는 이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 젊어서 연애시키지 말고 푹 늙힌 노처녀로 결혼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고대인들은 나이가 든다는 것을 세상의 이치를 많이 깨우쳐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어린 나이에 철없이 한 집안의 안주인으로 들어갔을 때 벌어질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염려한 것이다. 집안의 흥망과 관련된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집안 살림은 아내가 관리했기 때문에 한 집안의 여주인이 현명하지 못하면 집안 들어먹기 딱 알맞았다. 그래서, 충분히 집안 교육시켜 상식이 풍부한 여인을 만들어 줌으로써 안정적으로 집안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적령기에 결혼시키라는 말을 주변에 되풀이 한 것으로 보인다.
4. 집에서 나갈 때는 계획을 갖고 있어라.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사람은 오늘 무슨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미리 시간표를 짜놓고 나가야 하다. 그래서 일을 마치면 언제쯤 돌아올 것이란 점도 투명하게 나와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가 오늘 한 일을 반드시 되돌아 봐야 한다고 클레오불루스는 가르쳤다. 계획하고 반성하는 삶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도록 한 것이다.
5.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하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훈련을 통해 아름다운 육체를 가꾸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건강한 사람만이 전쟁에서 강한 군인이 돼 자신은 물론 사회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나 체육관(팔레스트라, Palestra, 김나지움)을 만들어 놓고 육체를 단련시켰다. 건강한 시민은 올림픽 대회에 나가 힘을 겨뤄 우승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다. 단련된 육체를 갖고 있어야 사랑에도 쉽게 성공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6. 남들이 있을 때 아내랑 애무하거나 싸우지 말라.
애무? 되고, 싸우면 이건 명백히 미친 짓이다.
7. 술에 취해 노예를 벌하지 마라.
그러면 술주정뱅이 취급을 받는다.
8. 결혼은 처지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해라.
만약 자기보다 높은 반열의 여인과 결혼하면 자기 주종관계나 마찬가지가 된다.
9. 곤경에 처했을 때 낙담하지 말라.
운의 변화를 큰 틀에서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Learn to bear the changes of fourtune with magnanimity). 인생사 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라는 말이다. 잘돼도 뻐길 것 없고, 안돼도 실망할 것 없다. 운수는 돌고 도는 것이니까. 동양 사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10. 말하기 보다 들어라. 남의 좋은 점을 얘기해 줘라. 덕을 찾고 악을 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