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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7월 한국 음식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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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 지글... 모락 모락... 왁자지껄... 갖은 양념에 재운 불고기, 돼지갈비, 닭갈비 맛있게 굽는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가 하더니 붉고 매운 맛의 떡볶이가 보기만해도 입에 군침을 돌게 만든다. 우리 말고 누가 또 먹을까?

한눈에 한국 음식임을 알게 해주는 순대가 검붉게 똬리를 틀고... 잡채밥, 냉면, 꼬치구이, 김치부침... 동네 잔치 열리면 멀리멀리 동네 어귀까지 퍼져나가던 맛난 냄새와 흰 연기가 이국만리 벽안(碧眼) 가진 이들의 땅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인들도 다양한 한국음식에 입맛을 다셔가며 부지런히 포크를 입으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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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축제 안내간판과 행사장.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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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들여 음식 준비. ⓒ김문환>

7월 1일 토요일 오후 런던 교외 킹스턴시 뉴몰든의 한 공터. 한복 곱게 입은 아주머니, 이민 온지 여러 성상(星霜)을 지난 듯 세월의 풍상(風霜)이 주름에 그대로 새겨진 할머니들, 한국어보다 영어가 입에 더 달라붙는 젊은 세대 학생들, 한국 저자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아저씨들. 이 틈바구니에 뚱뚱한 영국 할머니, 세련된 영국 아가씨가 뒤섞여 한판 흥겨운 잔치마당을 엮어 낸다. 먹을 것 넘쳐나는 곳에 나쁜 마음이 끼어들 리 없다. '광에서 인심 나고', '음식 끝에 의리 상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만큼 조선인들의 마음자리를 정하는 깊은 그 곳에 '먹거리'가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먹고 사는 문제가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던 우리가 영국땅 한복판에서 푸짐한 잔치판을 벌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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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사는 영국인들.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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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볶이, 튀김...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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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한 돼지 잡아 두부, 무수 썰어 넣고 하루종일 장작불에 끓여 낸 국에 흰 쌀밥 한 그릇 말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면... 덤으로 막걸리 한 사발 꺼억∼ 들이키면... 그 때부터 세상은 장미빛이다. 미움도 예쁨도 정(情)이라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하나로 녹아든다. 그게 한국인들의 삶이었다. 여기서 잠깐. 사실, 흰 쌀밥을 마음껏 먹는 다는 것의 개념을, 그 시절 아빠의 눈물어린 밥상을 우리 두 딸이 알 수 있을까?

킹스턴시 시장도 참석

행사를 주관한 재영 한인회(在英 韓人會) 석일수 회장의 말이 인상적이다. "살다보면 이리저리 경쟁도 하고 갈등도 있지만, 먹고 즐기는 자리 앞에서는 다 하나가 됩니다." 공감이 간다. 기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경기도 이천의 농촌. 30년전 새마을 깃발 나부끼면 안되는 것도 되던 시절. 이장네 집 마당이나 마을 회관 앞에서 일년에 한번 동네 주민 전체가 모이는 대동회(大洞會) 열거나 8.15 맞아 읍민 체육대회 날 잔치 열면 그 날 만큼은 서로 척지고 지내던 아저씨 아주머니들 전부 하나됐다.

석일수 회장의 말을 이어가 보자. "한국인들이 두 번 축제를 여는데 7월의 '한국 음식 축제(Korean Food Festival)와 8월의 '한국 축제(Korea Festival)'입니다. 런던 남부에서 이런 축제는 우리 한국사람만 합니다." 한민족의 삶. 한국인들은 그렇게 산다. 미국의 수백만 교민에 비하면 영국 교민사회는 아직 규모가 작다. 영국 전체 4만명 정도. 물론 4만명을 우습게 볼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작은 군(郡)은 인구가 이 정도 밖에 안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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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순대 한접시 주세요." ⓒ김문환>

4만명 가운데 3만명이 런던과 교외 수도권 지역에 산다. 그 3만명의 2만 5천명이 런던 남서부 킹스턴(Kingston) 시(市, 버로우, Borough,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단위)에 산다. 킹스턴 인구가 20만이니, 12.5%가 한국인. 대단하다. 킹스턴시에서도 뉴 몰든(New Malden) 동(洞, 워드, Ward, 버로우 아래의 행정 단위)은 인구 4만여명 가운데 만 5천명이 한국인이다. 그래서 영국 교민들은 뉴 몰든을 킹스턴시 뉴몰동(洞)이라 부른다. 석일수 회장은 머지않아 한국 교민 가운데서 시의원이나 하원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차분하면서도 다양하게 준비해 나가는 중이라고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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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시장 메리 라이드와 뒤에는 전시장이자 남편, 왼쪽은 재영 한인회 석일수 회장.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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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무늬 부채들고 김밥 먹는 인구 20만의 킹스턴 시장 메리 라이드.  ⓒ김문환

이렇게 한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겹게 사는 동네다 보니 동네 행사에 킹스턴시 시장(Mayor)님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지역내 무시못할 정치세력이 될 수도 있는 규모다. 마음씨 좋은 아줌마 스타일의 시장님 이름은 메리 라이드(Mary Reid). 공식 직함은 좀 길다. [The Worshipful Mayor of Kingston]. 종교적 신심을 중요시하는 나라여서 그런가? 'worshipful'이 들어간다. 시의원(Councilor)이기도 한 시장님은 역시 전직 시장 출신의 남편을 대동하고 시종 먹거리 장터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원더풀" (wonderful), "굳"(Good)을 연발한다. 정치적인 수사이든 실제 느낌이든 음식맛까지 보는 폼새가 자못 진지하면서도 정감어리다. 양국간 우정을 위해서든 달라진 우리의 위상을 생각해서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권도 한국 문화 전달

행사에 모인 영국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눈요기 거리는 또 있다. 한국인 가는 곳에 꼭 따라붙는 운동, 바로 태권도. 교민이 운영하는 현지 도장(道場)의 수련 학생 가운데 백인, 흑인,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 다양한 겨루기와 격파술을 보여주고... 이어 메인 행사. 사범의 손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기와 10장이 반으로 갈라지고, 몽둥이를 든 괴한도 풀밭에 나뒹군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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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범이 직접 격파 묘기. 주먹으로 이미 기와를 깨고 다시 손을 펴 세운 뒤 격파.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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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들의 태권도 시범. ⓒ김문환>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고기냄새를 뒤로 한채 발길을 돌리며 떠오른 생각이다. 어차피 영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고 또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우리 교민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을 돋우는 행사이니 만큼 현지 공관의 후원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장사속을 넘어 좀더 체계적인 문화 한마당이 돼 우리 문화의 향이 고기 냄새보다 더 진하게 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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