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집단 식중독 사건은 피해 규모뿐만 아니라 사고를 일으킨 업체가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른 충격적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서슬이 퍼랬던 정부가 꼬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보도도 이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지난 6월 22일과 23일 SBS 8시뉴스는 정부는 CJ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급식소 536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시키기고, 역학조사를 통해 CJ 쪽의 책임이 드러나면 가장 강력한 처분인 영업허가 취소와 함께 6개월간 같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형사고발도 검토키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정부가 전국 모든 학교의 급식 실태를 조사하고, 식 자재 유통업체들의 관리시스템과 시설 노후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하며, 오는 9월까지 전국에서 대대적인 부정식품 단속을 벌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3-4일 뒤인 25일과 26, 27일 8시뉴스는 보건당국이 이번 사태의 원인 균으로 추정하는 노로 바이러스는 원료식품에서는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과 원인규명이 힘들며, 국내 식품위생법상 식중독 균 검출기준에도 빠져 있어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도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런 상황에서는 급식업체에 손해배상 같은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면서 지난 2003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급식업체 중 하나였던 CJ 푸드시스템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결국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급식사고가 다시 반복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발생 당시 영업허가 취소와 형사고발에 해당된다던 집단 식중독 사건이 어느새 기술적, 법적 미비로 인해 유야무야 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CJ 푸드시스템이 재계 24위인 CJ 그룹의 계열사이며, CJ 그룹의 전신이 삼성그룹의 핵심기업이었던 제일제당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도덕적 취약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6월 27일 SBS 뉴스는 CJ 푸드시스템이 국제 식품 안전경영 기준인 ISO22000을 인증 받았다는 사실을 들어 국제인증서의 신뢰도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국제인증서의 신뢰도보다 더 중요한 대기업의 도덕성 부재에는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한 경제신문에 따르면 CJ 푸드시스템이 받은 ISO22000은 김포공항 급식장 등 이 회사의 두 사업장에 대해서만 부여한 것인데 CJ 쪽이 전체 사업장이 인증을 받은 것처럼 부풀렸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 급식 부문은 처음부터 인증 대상이 될 수도 없는 부문이라는 것입니다. 26일 SBS 뉴스는 CJ가 발표한, 학교 급식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수습책을 보도하면서 회사 쪽의 설명과는 달리 이것은 일반 기업체나 병원 급식에 비해 단가가 낮아 수익성도 낮은 학교 급식 사업을 정리하려는 것이라고 잘 분석했습니다. 학교 급식의 단가 2500원은 기업이나 병원과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뉴스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CJ의 갑작스러운 학교 급식사업 철수가 일으키는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도 짚었어야 합니다. 뉴스는 학생들이 겪는 혼란의 장기화에 대해 충분히 보도했지만, CJ의 학교 급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00여개의 납품업자가 당하게 된 황당한 사태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6월 26일 SBS 뉴스는 식중독 파문이 일어난 이후 정부의 대응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모든 CJ 급식을 중단시키겠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CJ 측은 학교에 대해서만 중단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초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중독 사고 예방 차원의 감독에는 손도 대지 못했던 정부 당국이 사고가 나자, 아무런 대안 없이, 바로 해당 회사의 학교 급식을 중단시킴으로써 급식대란을 불러온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8시뉴스는 엉터리 냉동 차량이 식중독 발생의 위험을 높이며, 쌍용자동차 노조간부들이 구내식당 위탁 급식업체를 선정하면서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학교 급식 문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는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도, 뉴스는 이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원천적으로 빼앗기는 리베이트와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유통구조로 인해, 처음부터 낮은 급식 단가가 실제 공급을 맡는 하청업자 수준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아져 재료의 품질이나 청결 등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방송 뉴스의 문제점은 사건의 현상만을 쫓아다니다가 관련자가 입을 닫아버리면, 뉴스도 잠잠해 진다는 점입니다. 집단 식중독 사건도 분노의 여론이 들끓을 때는 정부 당국이 펄펄 뛰고, 덩달아 뉴스도 화끈 달아오르지만, 정부도 뉴스도 곧 식어버리는 전철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기자는 심층 취재로 대응해야 합니다. 단체 급식의 병적 구조와 대기업의 책임을 밝혀내고,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뉴스의 진정한 역할은 이제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