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독일 월드컵 한국 대 프랑스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날 저녁부터 '광란의 밤'을 보낼 수십, 수백만 명의 거리응원단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이들이다.
남들은 집에서 통닭을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히 TV 월드컵 경기 중계를 지켜본다지만 이들의 긴장은 이 시간에 오히려 높아진다.
1999년부터 경호 업무에 종사해 온 유용근(29) ㈜티알아이인터네셔날 대리는 학창 시절 경험을 살려 지금도 조기축구회에 나갈 정도로 축구 마니아지만 지금까지 월드컵 거리응원에는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거리응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경호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토고전에 이어 프랑스전 때도 광화문 거리응원 현장에 나가는 그는 "축구를 정말 보고 싶지만 맡은 책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가슴 속 깊이 응원하면서 힐끗힐끗 대형 화면에 시선을 돌리는 데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붉은 악마의 함성과 축구 선수들의 숨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데도 경기를 못 본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한·일 월드컵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나마 전광판을 틈틈이 바라볼 수는 있는 유씨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거리응원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외곽 경호와 질서 유지를 맡는 경찰과 소방서 직원들은 나중에 녹화중계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만 한다.
중부소방서의 한 직원은 "어제(17일) 근무했는데도 축구 때문에 오늘도 근무조에 편성돼 밤샘 근무를 해야 한다"며 "나도 축구 팬인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수십만 명의 거리응원단이 편안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이른 시각부터 차량 운전에 나서는 지하철 기관사들도 응원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 당일 새벽 5시 30분 첫차를 운전하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기관사 한재원( 48)씨는 "밤새 경기를 보면 다음날 근무에 지장이 있어 도저히 볼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매일 밤 축구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음날 낮에 재방송을 본다는 그는 "이번 프랑스전도 꼭 보고 싶지만 안전운행이 우선 아니냐"고 되물었다.
질서의식이 부족한 일부 거리응원단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사연도 안타깝다.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직원들은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날 밤이나 당일 새벽 거리응원단이 광화문 일대에 버린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한 직원은 "직원 129명이 나가는데 1차 작업이 오전 5시까지 있고 구역별로 나눠 청소를 완료한다"며 "주민들이나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