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병원 신경외과 병동.
여자 간호사들 속에서 투약 채비를 서두르는 이정재 씨는 이 병동 청일점 간호사입니다.
[(화장) 안하셨어요? 근데 왜 이렇게 예쁘고 얼굴이 좋아 보이죠.]
퇴원을 앞두고 곱게 화장을 한 할머니환자에게 살갑게 구는 모습이 여자 못지 않습니다 .
입원초, 남자인 이 간호사에게 거리감을 느꼈던 할머니도 이제는 친손자처럼 대할 정도입니다.
[김정숙/환자 : 굉장히 부드럽고 친절해서 부탁할 일 있으면 나는 이정재 간호사를 찾는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신경외과 병동에서 이정재씨는 든든한 존재입니다.
[이종애/환자 보호자 : 힘쓸 일 있을 때 여자 간호사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남자라서 마음이 놓인다.]
이 간호사는 고등학교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접한 간병일이 좋아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병아리 간호사 시절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이정재/S 병원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 : 나를 간호사로 보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서 인식시키느라 처음에 많이 힘들었다.]
그는 여성 전유물로 알려진 간호사는 남자에게 더 유리한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정재/S 병원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 : 환자 간호하면서 힘든 일도 있을 수 있고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고 대인관계에서도 남자들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병원에는 이정재 씨 외에 19명의 남자 간호사들이 응급실과 수술실을 무대로 뛰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3명에 불과했던 남자 간호사는 지난해 17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남성들의 참여가 활발합니다.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업체 콜센터.
여성직종으로 꼽히는 이곳에도 남풍이 불고 있습니다.
나긋한 목소리로 전화 상담중인 김준영 씨는 입사 3개월째인 새내기입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좋아서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전화상담원이 됐습니다.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손님들 반응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준영/이동통신업체 직원 : 굉장히 놀라는 분들이 많아서 고객센터가 아닌 줄 알고 전화를 끊는 분들도 있다.]
6년 전, 첫선을 보인 이 센터의 남자 상담원은 매년 늘기 시작해 현재 50명에 달합니다.
[이병호 팀장/이동통신업체 콜센터 : 여성과 남성의 성역이 없어지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해서 3년전부터, 남자들의 지원이 늘고 있고 관리자까지 나왔다.]
이처럼 여성직종에 남성이 몰리는 현상은 최근 한 취업기관의 조사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간호·간병직종의 경우 전체 지원자 가운데 남성비율이 1년 동안 3배나 늘었습니다.
텔레마케팅 직종 가운데 전화수신 상담은 1년 사이에 6% 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런 변화 뒤에는 극심한 취업난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남녀의 역할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인데요 .
이런 추세에 발맞춰서 여성직종에 부는 남풍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