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i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1)프랑스(France)
2,3,4,5,6,7,8,9)빠리(Paris) 루브르(Louvre)
10,11,12,13,14,15)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
16)리용(Lyon)
17,18,19,20,21,22, 23, 24)비엔느(Vienne)
25)오랑쥬(Orange)
26)베종라 로멘느(Vaison La Romaine)
27,28)님므(Nimes)--오늘 이야기
28. 님므(Nimes) 2
님므에 모자이크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압도적인 유적 뽕 뒤 가르나 원형경기장 만큼 최고 수준의 걸작으로 찬연히 빛나는 작품 하나가 나그네의 탄성을 자아낸다. 딱 하나, 양보다 질인 셈인데... 프랑스땅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로마시대 모자이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휘황한 광채를 발한다. 셍제르망 앙 레의 [세시풍속] 모자이크나 빠리 루브르의 [파리스의 심판], [포세이돈의 승리] 못지 않은 걸작이자 대작. 님므의 예술 박물관(Musee des Beaux-Arts)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탐방객을 기다리는 작품의 이름은 아드메토스의 결혼식(Marriage of Admetos)다.
아드메토스의 결혼식 전경--한가운데가 결혼식 장면을 그리고 주변에 15개 엠블라마로 기하학무늬를 배치했다. 탐방객과 비교해 모자이크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수 있다. 님므. ⓒ김문환
작품 1개를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박물관. 박물관 1층 바닥을 뒤덮는 대작은 너무 커서 평면적으로는 볼 수 없고, 2층으로 올라가야 전경이 조망될 정도다. 작품이 크면 표현이 서툴고 완성도가 낮아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아드메토스의 결혼식' 작품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등장 인물 한명 한명의 생생한 표정이 마치 살아있는 인물을 대하는 느낌이다. 눈, 입, 얼굴 윤곽의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화면에 표현된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을 정도다. 등장 인물들의 구도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선명한 색상도 2천년의 세월을 넘어 방금 작업을 끝낸 것처럼 새물내가 물씬 풍긴다.
발견된 장소와 연도 표시. 님므. ⓒ김문환
모자이크가 바닥의 질척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축기법의 일환이면서도 왜 단순한 포장(鋪裝)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서 논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수작(秀作), [아드메토스의 결혼식]. 1883년 12월 발굴된 이 작품이 탐방객의 발길을 한참이나 얼어붙게 만드는 숨은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작품을 보자. 작품 전체를 미앤더(곡류천, 曲流川, Meander) 무늬가 둘러싸고, 그 안에 만든 15개의 엠블라마에 다양한 기하학 무늬가 들어가 있다. 마치 무늬 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지중해 전체를 합쳐 이렇게 다양한 무늬를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낸 모자이크는 찾기 어렵다. 탐방객의 관심은 무늬 한가운데, 주인공으로 모아진다. 아드메토스(Admetos) 왕의 결혼식 장면.
아드메토스의 결혼식--기하학무늬로 둘러 싸여 있다. 님므. ⓒ김문환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은 당연히 반나(半裸)의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놓고 수줍은 듯 두눈을 동그랗게 뜬 여인. 놀란 표정으로 신랑(新郞)이 있는 쪽을 응시하는 결혼식 신부(新婦)다. 신부의 이름은? 알케스티스. 예사롭지 않은 빼어난 미모임을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먼저, 시원스런 곡선미의 날씬한 몸매가 매혹적이다. 군살 없이 매끈한 허리에서 가슴, 어깨로 이어지는 선(線)이 특별히 강조된 것 없이도 육감적(肉感的)이다. 단정히 가다듬었으면서도 어깨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치렁한 금발도 아름답다.
결혼식 장면--등장인물의 표정이 제각각이면서 사실적이다. 이올쿠스 펠리아스왕이 옥좌에 앉아 있고, 어여쁜 딸 알케스티스가 위에 서있다. 아드메토스가 사자, 멧돼지를 멍에에 씌워 마차를 성공적으로 몬 뒤 결혼을 허락 받으러 앞에 서있다. 멀뚱한 사자와 돼지표정이 해학적이다. 님므. ⓒ김문환
젖가슴도 어색하지 않고 알맞게 예쁘다. 고대 모자이크에서 흔히 보듯 어색하게 강조된 가슴이 아니어서 편안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알케스티스는 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마릴린 먼로나 오드리 헵번이 놀라 눈을 치켜 뜨는 모습을 떠올려 주는 이 표정. 그리스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알케스티스와 펠리아스--빼어난 미모의 알케스 티스. 님므. ⓒ김문환
유리피데스가 그녀의 이름을 따 저술한 '알케스티스'에 그연유가 나와 있다. 그녀의 신랑이 될 모자이크 제목의 주인공, [아드메토스]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보자. 아드메토스는 멜레아그로스가 주관한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과 이아손의 아르고호 원정에 참여한 테살리아 지방 [페라이]의 왕이다. 아드메토스는 이아손으로부터 부당하게 왕위를 빼앗은 이올쿠스의 왕 펠리아스의 딸 알케스티스에게 반하는데... 대개 아버지가 고약할수록 딸이 미인이듯이 펠리아스와 절세가인(絶世佳人) 알케스티스의 관계도 그랬다. 펠리아스는 딸에게 군침을 흘리는 구혼자들에게 선언했다. "멧돼지와 사자가 끄는 마차를 몰수 있는 자에게 딸을 시집보낸다".
알케스티스--빼어난 미모다. 날씬한 몸매에 치렁한 금발은 가슴까지 내려온다. 젖가슴의 표현도 어색하지 않고 알맞게 예쁘다. 불가능할 것 같은 아버지의 시험을 통과한 아드메토스의 위업에 놀라는 표정은 마릴린 먼로가 놀라 눈을 치켜뜨는 모습을 떠올려 준다. 님므. ⓒ김문환
구두선(口頭禪). 말은 좋지만 이게 실현될 일인가? 멧돼지와 사자를 어떻게 한 고삐로 묶어 낼 수 있는가? 알케스티스에게 마음을 빼앗겨 고민하던 아드메토스에게 태양신 아폴론이 다가왔다. 아폴론은 키클로페스를 죽인 벌로 지상에 귀양와 있을 때 아드메토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지상에서 실업자가 될 뻔한 아폴론을 아드메토스가 친절하게 양치기로 받아준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던 아폴론, 이제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기회가 왔다.
아드메토스와 병사들--돼지와 사자를 멍에에 씌워 잡고 있다. 님므. ⓒ김문환
아폴론은 아드메토스에게 특수 제작한 멍에를 줬다. 사자와 멧돼지를 큰 사고 없이 묶을 수 있는 멍에였다. 아드메토스는 이 멍에를 갖고 마차를 모는데 성공했다. 경사스런 결혼식 날. 처녀의 신 아르테스는 자신에 대한 공양을 잊었다면서 벌로 둘의 신방에 뱀을 풀었다. 참 고약한 여신이다. 역시 아폴론의 도움으로 이를 해결한 아드메토스. 천하일색(天下一色)의 아내 알케스티스와 함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해로(偕老)했는데... 마침내 그가 늙어 죽게 됐다. 이때 아폴론이 말했다. 누구라도 아드메토스 대신 죽겠다고 나서면 대신 그가 죽고 아드메토스는 계속 살수 있게 해준다고. 운명의 신들도 아폴론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막상 죽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평생을 해로한 아름다운 아내 알케스티스가 남편 대신 죽기를 자청해 죽고 만다. 미모에 지극한 남편사랑까지. 아! 이런 여인좀 살려주세요! 아내의 죽음을 대가로 살아난 아드메토스. 이게 살아도 사는 기분이 날까? 곡기를 끊고 슬픔에 잠겨 눈물로 지새우니 지극한 사부곡(思婦哭)이여! 마침 근처를 지나던 천하무적, 헤라클레스가 구슬픈 곡소리를 들었다. 헤라클레스와 아드메토스는 아르고호 원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은 절친한 전우. 사연을 들은 헤라클레스는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저승으로 가서 알케스티스를 데려왔다. 아드메토스는 오히려 젊어진 알케스티스와 다시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