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국민보다 기자들을 '경악'하게 할 만큼 내용이 없었습니다.
여당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황제테니스'의 주선자 선병석씨가 '별장파티'를 한 것은 특수 관계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예고편에는 '블록버스터' 라고 선전하며 관객을 끌어모은 뒤 내용에선 허탈하게 만든 경우였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자는 물론 김한길 원내대표입니다. 신중하지 못했고 의도가 의심스러웠습니다. 본인이 '언어선택'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두고두고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현재 국회의 취재방식과 정치인-언론과의 관계입니다.
먼저 취재방식.
혹시 기자회견을 할때나 간담회를 할 때 기자들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 분은 기자들이 열심히 노트북에 '받아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현장에 '수첩'이 사라지고 노트북이 등장하고 시시콜콜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지라도 그걸 단어 그대로 받아쳐 인터넷으로 올리는 일이 정치부 기자들의 주요 일과가 돼 버렸습니다.
취재원의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고 '속기사'처럼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2년 가까이 운용되면서 이제는 정치인들이 이런 시스템을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단 자신들이 말을 하면 사이버 공간에 언론의 이름으로 전문이 오른다는 것을 파악한다면 이보다 더한 선전도구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언론들이 노골적인 당파성까지 갖게되니 상대를 공격하는 폭로는 일단 '고정지면'을 확보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과 언론과의 관계도 최근 이런 폭로를 더욱 양산시키는 이유입니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숫자가 수백명에 이르니 쌍방향 기자회견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날카로운 후속질문이나 이런 폭로를 꾸짖는 질문들은 브리핑장에 거의 들리지 않고 '타자소리'와 '셔터소리'만 들리는 것이죠.
사실 아주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받아치기'를 하면서 질문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어려울테니까요.
물론 브리핑이 끝난 뒤 몇몇 기자들이 폭로를 한 정치인을 찾아가 이런 저런 추궁성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검증이 잘 안 되니함부로 '폭로'를 못하게 하는 효과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악(?)할 만한 폭로'만이 아니라 그동안 '간첩암약설', '수십억의정치권 비자금 유입설'을 포함해 두 차례나 성과없이 끝난 '특검'과 '국정조사' 등 유독 최근 3년 사이 많아진 '공갈폭로'에는 이런 배경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아..그렇다고 과거가 좋았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아닙니다.
현재 폭로가 기승을 부리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를 기자 스스로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고칠만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