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희선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이 끝난 다 큰 중학생 아들을 데리러 학교로 향합니다.
놓칠 세라 엄마 손에 꼭 붙잡혀서 걸어 나오는 병진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작은 체구의 병진이는 올해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사실 정신 지체 장애가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심하게 폐렴을 앓고, 5살 때 머리에 지방종이 생겨 수술을 하고 난 후부터 정신발육이 더뎌진 것인데요.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목요일은 장애 아이들만 모인 독수리 농구단이라고 농구하러 가요.) ]
병진이가 농구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년 반.
이제 병진이에게 농구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병진이와 친구들이 도착한 곳은 동대문구 한 체육센터 내 최희암 농구 클럽이 운영하는 장애 청소년 농구교실.
발달 장애와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15명의 초· 중·고교생이 모인 이 농구 교실은 지난해 7월에 생겨 이번 달에 '독수리 농구단' 이름으로 정식 창단합니다.
장애 청소년 농구교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농구단까지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민현/독수리 농구단 감독 : 처음엔 말도 못했죠. 모여서 줄 세우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
독수리 농구단에서 아이들은 기초 체력훈련부터 시작해 공을 다루는 기본 동작 훈련까지 다양한 농구 기술을 배웁니다.
정확한 룰도 모르고, 여전히 농구공을 들고 뛰는 게 더 편한 아이들.
맘껏 뛰고 소리칠 수 있는 일주일에 단 하루, 고작 두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최재식/청량중학교 2학년 : 재밌고요. 슈팅하는 게 재밌어요.]
[강병진/청량중학교 2학년 : 많이 많이 재미있어요. 농구가 좋아요.]
이리저리 열심히 뛰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들은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 느꼈던 사회의 편견과 동정의 시선에서 잠시나마 편안해집니다.
[정연순/노원구 하계동 : 농구 뿐만 아니고 다른 것도 더 많이, 이런 애들을 위해서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최희암 농구클럽의 장애 청소년 농구교실은 일선 농구 지도자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희암/독수리 농구단 구단주 : 저희가 농구를 해서 우리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가진 건 농구 기술 밖에 없으니까 조금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뜻에서 시작했습니다. 지지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어서 힘들지만 어렵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운영상 어려움이 더 많지만, 그렇더라도 더 많은 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농구 교실을 열고 싶은 게 최희암 농구 클럽 관계자들의 생각입니다.
[최희암/독수리 농구단 구단주 : 시설은 빌려 줄 테니까 와서 지도해도 좋다. 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달 말부터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등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농구를 시작하고 삶이 더 풍요로워진 병진이와 친구들.
오늘도 농구 공에 희망을 담아 골대를 향해, 세상을 향해 멋진 슛을 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