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내려앉은 서울 성북구의 한 산동네.
이곳에 있는 2평 남짓 되는 쪽방은 올해 여든둘의 정점순 할머니가 홀로 하루를 보내는 공간의 전부입니다.
할머니는 작은 창을 통해 그저 세상 이야기를 들을 뿐입니다.
햇살이 방 안으로 살짝 손을 내민 정오 무렵,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사랑의 도시락 배달부', 대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이 점심 도시락 배달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겠다는 학교의 생각과 학생들의 봉사하는 마음이 합쳐져 뜻을 이룬 것인데요.
학생들은 매일 점심시간마다 교내 교직원 식당에 모여 손수 도시락을 정성껏 쌉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곳은 모두 10가구.
정작 자신들은 오후 강의 시간에 쫓겨 끼니를 놓칠 때도 있지만,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을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잠깐 숨조차 돌릴 새도 없습니다.
얼마 전 미끄러져 수술을 받고선 거동마저 힘들어진 정점순 할머니에겐 아예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을 떠나보낸 후, 지난 해 아들마저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사위는 간질환 투병에, 딸은 또 얼마 전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얼굴에 깊이 팬 주름만큼 고된 삶의 무게가 방안 가득 짓누릅니다.
[정점순(82)/성북구 삼선동 : 요새는 죽고 싶은 그 생각 밖에 없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입술조차 뗄 수가 없습니다.
[박소영/한성대 지식정보학부 2학년 : (할머니 뵈면 어때요?) 그냥 자주 오고 싶은데 못 오잖아요. 수업도 있고 그래서. 그러니까 더 해드리지 못 해서 죄송하지요.]
도시락이 식을 세라 부랴부랴 다음으로 들른 곳은 성기순 할머니 댁.
한 달에 한두 번 학교보건소에서 출장 진료를 나와 혈압과 혈당을 확인하고, 수지침을 놓아주며 할머니의 건강을 살핍니다.
중풍과 관절염 때문에 하루종일 침대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는 도시락이 오고 나서야 늦은 점심을 드십니다.
손자 같은 학생들의 손길에 할머니는 오히려 어린 아이가 됩니다.
[송진원/한성대 경영학부 2학년 : 군대 가게 되면 저희도 많이 보고 싶을 거고, 생각 많이 날 거 같아요.]
학생들이 한 집에 머무는 시간은 겨우 10여 분.
잠깐 볼을 스치고 가는 봄바람 같은 온기일지라도 할머니는 이조차 따뜻하기만 합니다.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나누는 삶을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들.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 가득 담은 도시락을 배달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다는 아름다운 젊음이 있어 올 봄이 더욱 희망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