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대로 꼽아보자면 작곡가를 꿈꾸는 평범한 고교 음악교사가 제자들을 멋진 '작품'으로 길러낸다는 리처드 드레퓌스 주연의 [홀랜드 오퍼스], 망해가는 탄광촌의 관악합주단을 통해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이완 맥그리거의 초기작 [브래스드 오프], 무용을 지망하는 소년의 꿈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 이밖에도 일본영화 [셀 위 댄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은 영화에 쓰인 음악과 함께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고 기회 있을때 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들입니다. 일본 영화 [스윙걸즈]도 위에서 열거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한 영화입니다.
수학에서 낙제해 무더운 여름방학에 보충수업을 받고 있는 13명의 여고생들, 야구경기에 응원나간 합주부원들 도시락을 전해주겠다며 수업을 땡땡이치고 경기장으로 갔는데 그만 도시락이 상해 나카무라를 제외한 합주부 전원이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합니다.
공부도 하기 싫고 내친 김에 합주부에 대타요원으로 음악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됩니다. 정통 클래식 보다는 재즈를 더 좋아하는 남학생 나카무라의 지도 아래 음악과 악기를 맛보지만 생각 만큼 쉽지 않습니다.
식중독에서 회복한 합주부원들이 돌아오자 이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잠깐 맛보았던 재즈의 세계에 매력을 느낀 이들은 본격 스윙밴드를 조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악기를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좌충우돌 사고만 치고, 어렵게 구한 중고 악기는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고, 연습할 장소를 구할 수 없어 노래방에서 연습하다가 주인에게 쫓겨나기도 하지만 음악제 참가를 목표로 거칠 것 없이 전진합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이전 작품 [워터보이즈]로 우리에게 친숙한 감독입니다. 남자 고교생들이 엉뚱하게도 수중발레를 익힌다는 내용의 코믹 영화로 작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줬던 작품입니다.
계속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감독은 “아이들은 돈을 벌지 않는, 돈에 얽메이지 않는 세대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만들기에 좋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들때는 월급이 얼마고 애들한테 용돈을 얼마주고, 직장은 어떻게 땡땡이 쳐야 하는가 등등을 고려해야 한다....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이 ‘정말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씨네21 544호 인터뷰에서 발췌)
감독의 말대로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틈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 명이 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배우들은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고 딱 그런 스타일의 학생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군데 군데 감독의 장난기 넘치는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되고, 또 귀에 친숙한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일본 코믹 영화라면 꼭 나오는 다케나카 나오토가 여기서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에는 젬병인 수학선생으로 나옵니다. 주조연급 배우들 뿐 아니라 단역 배우들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영화의 최대 미덕이고 작은 것에까지 꼼꼼하게 배려하는 일본 영화의 특성이 담겨있습니다.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던 여배우들이 촬영기간 6개월의 집중 연습을 통해 영화에 나오는 연주 장면을 모두 직접 소화해 냈다고 합니다. 갑자기 자전거가 굴러 떨어진다든지, 송이버섯 캐러 갔다가 멧돼지를 만나 벌이는 소동 등에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흐뭇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마치 TV 홈쇼핑 광고문안 같군요. ^.^;)
발랄하고 대책없는 귀여운 여학생들의 소동에 웃고 즐기다 보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소 무리하거나 황당한 이야기 전개도 너그럽게 보게 되고...동네 학교 학생들이라면 단체로 모셔다가 떡볶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